[2023전망/지경초]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가전 매출 ‘뚝’…“스마트홈·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탈출구 찾는다”

시간 입력 2023-01-04 07:00:01 시간 수정 2023-02-01 17: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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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VD·가전 부문 영업이익 67.1% 감소
LG전자도 H&A 부문 영업익 54.5% 급감…HE 부문 ‘적자 전환’
삼성·LG, 올 1분기 실적 줄어들 듯…전년比 절반 넘게↓
삼성 스마트싱스·LG 씽큐 등 IoT 스마트홈 플랫폼 확장 사활
LG디스플레이 적자 심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로 패러다임 전환

전 세계를 덮친 고물가· 고금리·고환율 등 경제한파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 붙으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TV, 냉장고 등 가전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부터 실적 부진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TV 판매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고, LG디스플레이의 적자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전 세계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가전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소비심리 꽁꽁, 삼성·LG, 올해 가전실적 악화 지속…‘스마트홈’ 생태계 구축 통해 새 수요 창출

국내 가전 업계는 지난해 한해 동안 MZ 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가전으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 왔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브랜드,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또 건조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신발관리기 등 다양한 ‘신(新) 가전’을 론칭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출보다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 잡은 것도 가전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고,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가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가전 업체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삼성과 LG의 주력 시장인 유럽의 소비 심리가 전쟁으로 급격히 냉각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고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재고는 날로 쌓이는데 저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더 첨예해졌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삼성과 LG는 실적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 매출액은 14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14조1000억원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VD·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76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무려 67.1%(51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 다수 가전 업체들과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실적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더 저조하다. 지난해 3분기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부문 매출액은 7조473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7조613억원 대비 5.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16억원에서 2283억원으로 54.5%(2733억원)나 축소됐다. H&A 부문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 가전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TV 사업을 영위하는 HE(Home Entertainment) 부문에서는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HE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059억원보다 2613억원 감소한 -554억원으로 조사됐다. 매출액도 11.2% 줄어든 3조7121억원에 그쳤다.

LG전자는 “전 세계적인 수요 급감 상황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파로 유럽 내 소비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판매량이 대폭 축소됐다”며 “물류비 부담,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까지 맞물리며 실적이 감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재고도 골칫거리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재고 자산은 57조319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같은해 상반기 52조922억원에 비해 10.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재고 자산도 15.7% 증가한 11조2071억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71조2533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7조7815억원 대비 8.4%(6조5282억원)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조1214억원에서 5조9254억원으로 절반 넘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LG전자도 비슷하다. 올 1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5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805억원과 비교해 44.1%(8287억원)나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4010억원에서 6040억원으로 무려 56.9%(7970억원) 급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전 수요 위축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꾸며진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 체험존.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과 LG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통해 다양한 가전 제품을 제어·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편의성과 기능성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는 새로운 가전 수요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통한 폭넓은 연결 경험을 강조하고 나섰다. 스마트싱스는 200곳이 넘는 기업의 3000여 개 기기를 제어·작동할 수 있도록 확장성이 장점이다. 삼성은 기존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가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개방형 서비스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눈여겨볼 대목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새롭게 선보인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다.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는 쿠킹·에너지·클로딩·펫·에어·홈 케어 등 소비자가 집 안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한 곳에 통합한 것으로, 전에 없던 편리한 사용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태블릿·패밀리허브 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성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2022년은 스마트싱스 대중화의 원년이다”며 “타사 기기와 서비스까지 연동해 더 풍부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LG 씽큐(ThinQ)’를 통해 단순히 연결에 그치지 않고 차원이 다른 고객 경험을 선사한다는 구상이다. 쓰면 쓸수록 고객 사용 패턴에 맞춰 진화하고 최적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집 안에서 누리던 편리함을 이동 중이나 집 밖 어디에서나 누릴 수 있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 제품 제어와 관리는 물론 이와 연계된 서비스, 콘텐츠, 모바일 커머스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

LG전자 업 가전 해외 브랜드 ‘씽큐 업(ThinQ UP)’. <사진=LG전자>

주목할 것은 가전 제품의 기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업(UP) 가전’이다. 업 가전은 LG 씽큐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고객 요구와 불편함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춰 가전이 업그레이드되는 특화 기능이다. 소비자들이 새 기능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해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로 평가된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업 가전을 글로벌 시장에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달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에 업 가전을 소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류재철 LG전자 H&A 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스마트홈 가전을 단순 연결하고 제어하는 기능만으로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힘들다”며 “업 가전은 제품 성능을 고객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 씽큐는 쓰면 쓸수록 고객의 일상을 더 스마트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진일보한 스마트홈 플랫폼이다”며 “현재까지 소비자가 제안한 업그레이드 아이디어만 총 5000건이 넘으며, 업그레이드 콘텐츠 사용 비율도 50%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TV 출하량 급감에 디스플레이 업계 ‘비상’…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수익성 제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가전 제품은 TV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2021년보다 3.8% 감소한 2억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역시 지난해 TV 출하량이 2021년과 비교해 4.1% 줄어든 2억479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옴디아는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879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400만대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관측대로라면 지난해 TV 출하량은 2010년 2억1000만대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 참가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전시 부스에 설치한 QD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더구나 TV 수요 위축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디스플레이 납품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수요는 2021년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시장 역사상 최초로 역성장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옴디아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이 디스플레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수요 감소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전망치는 5531억원으로 추정됐다. 당기순손실도 5388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영업적자 전망치는 514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분기에는 적자 폭을 소폭 줄이긴 하겠지만나 4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디스플레이 업계는 한동안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인텔 행사에서 17인치 OLED 슬라이더블 PC용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올 초 열린 CES에서는 12인치 시제품을 전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해당 디스플레이를 직접 시연하며 상용화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인치 풀 컬러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유롭게 비틀고, 접고, 늘릴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해당 디스플레이는 어떤 형태로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해 궁극의 프리 폼(Free-Form) 디스플레이로 일컬어진다.

LG디스플레이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향후 웨어러블, 모빌리티, 스마트 기기, 게이밍, 패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폭 넓게 적용될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재난 현장에 있는 소방관 및 구급대원의 특수복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안전·신속 대응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화면을 올록볼록한 버튼 형태로도 만들 수 있어 시각 장애인도 편리하게 터치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활용 가능하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게 됐다”며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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