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지경초] ‘반도체 한파’에 삼성·SK 휘청…“한국만 ‘K-칩스법’ 후퇴”

시간 입력 2022-12-27 07:02:00 시간 수정 2023-02-01 17: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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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수요 급감…효자 상품 ‘반도체’ 실적 내림세
삼성전자, 내년 연간 영업익 33.1% 내릴 듯…순이익은 12조원가량↓
SK하이닉스, 영업 적자 불가피…내년 연간 영업이익 -2조438억원
반도체 업황 악화 이어 업체 간 경쟁도 심화…기술 경쟁 격화할 듯
“美·대만은 25% 세액 공제 하는데 韓은 8%”…정부 지원 유명무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가 올해 된서리를 맞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반도체 가격이 곤두박질 치면서, 한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반도체 시장, 내리막길로 돌아서…삼성·SK 실적, 내년에도 곤두박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 하반기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IT 제품 수요가 꽤 견조했지만, 하반기부터 고인플레이션에 수요위축으로 반도체 시장이 급냉하고 있다. 반도체 판매량 감소, 가격 급락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D램 매출액은 175억4800만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249억8400만달러(약 31조8921억원) 대비 29.8%나 감소한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올 3분기 D램 매출은 71억3300만달러로, 2분기 대비 34.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43.4%에서 40.6%로 2.8%p 하락했다. SK하이닉스 매출 역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액은 52억4600만달러로, 2분기 대비 25.3%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28.1%에서 29.9%로 1.8%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SK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액이 올해보다 16.2%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내년 전 세계 D램 매출은 올해보다 18.0% 감소한 742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 봤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본격화 하고 있다. 

삼성과 SK에 이어 글로벌 D램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2023년 회계연도 1분기(올해 9~11월) 매출액이 40억9000만달러(약 5조214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6억9000만달러(약 9조8040억원) 대비 46.8%나 급감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2022년 회계연도 4분기(올해 6~8월) 66억4000만달러(약 8조4653억원)와 비교해서도 38.4%나 줄었다. 또한 마이크론은 2억900만달러(약 26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실적부진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이 41억1000만달러(약 5조2398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훨씬 저조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과 SK도 암울할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90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8667억원 대비 무려 43.0%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39.8% 하락한 6조5191억원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중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부문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2조~3조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603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195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결과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조3199억원에서 -1조458억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을 고려했을 때 올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더 불길한 것은 내년에도 반도체 업황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도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299조2942억원으로 올해 306조8209억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은 46조7136억원에서 31조2595억원으로 33.1%나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고, 내년도 연간 당기순이익은 올해 대비 12조원 가까이 감소한 25조5338억원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SK하이닉스는 더 심각하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45조755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엔 34조572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급감할 것으로 관측됐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은 8조1024억원에서 -2조438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쟁 심화하는 파운드리…삼성, ‘초격차’ 전략 내세워 TSMC 추격 나선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업체간 각축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세계 1위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는 TSMC를 추격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는 TSMC로, 지난 3분기 TSMC 파운드리 매출은 201억6300만달러(약 26조3228억원)로 2분기 181억4500만달러(약 23조6919억원)보다 11.1%나 증가했다.

반면 TSMC를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올 3분기 파운드리 매출액은 55억8400만달러(약 7조2944억원)로 조사됐다. 이는 2분기 55억8800만달러(약 7조2918억원)와 비교해 0.1% 줄어든 수치다.

결국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40.6%p로 더 벌어졌다. TSMC의 점유율은 56.1%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5%에 그쳤다.

더구나 TSMC는 지난 6일 미 애리조나주에 총 400억달러(약 51조808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공장 2곳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1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규모를 세 배 이상 늘린 것이다. 당장,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AMD 등이 “애리조나공장에서 생산되는 TSMC 반도체 칩을 사용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TSMC를 추격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올 6월 TSMC에 앞서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기반의 파운드리 기술을 개발해 첨단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이어 2025년 2nm(1nm는 10억분의 1m), 2027년 1.4nm 등 미세 공정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TSMC도 선단 공정인 1나노 반도체를 대만공장에서 2028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어서 삼성전자와 TSMC 간 기술 경쟁이 더 첨예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경쟁국은 국가가 전폭 지원, 韓만 후퇴…‘K-칩스법’ 세액 공제비율 ‘쥐꼬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내년도 국내 반도체 수출 또한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내년 수출이 9.9%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2023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20년 말부터 올 7월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으나 최근 몇 달 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기 침체는 코로나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수출입 평가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수출이 15%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 자칫 국가 경제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다. K-반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국회는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통과시켰다. 23일엔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 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조특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른바 ‘K-칩스법’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세제혜택 수위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특법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세제 혜택을 담고 있어 국내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문제는 이번에 의결된 조특법의 세액 공제 비율이 당초안 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조특법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 투자 금액 중 8%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견·중소기업의 세액 공제 비율은 기존과 같이 유지됐다.

여당은 2030년까지 투자 금액 대비 세액 공제를 대기업은 20%,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0% 등으로 늘리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대기업 세액 공제 확대에 대해 ‘재벌 특혜’라고 반대하며 조특법 논의에 난항을 겪어 왔다. 기획재정부(기재부) 역시 여당안이 통과될 경우 2024년 법인세 세수가 2조6970억원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액 공제율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갈리다 결국 기획재정부의 입장인 8%가 최종 수용됐다.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쟁국들과 대조되는 부문이다. 올 7월 미 의회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향후 5년 간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과학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총 520억달러(약 68조원)를 투입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지역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430억유로(약 60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유럽반도체법’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설비 투자의 40%가량을 보조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대만은 반도체 업체들의 R&D 세액 공제율을 15%에서 25%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당초 안보다 후퇴한 K-칩스법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입지는 점차 위태로워지고 있다.

재계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조특법 개정안이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 투자 시 대기업 투자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내용으로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본부장은 “첨단 산업 시설 투자 세액 공제 비율을 올리는 것은 한국이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업이 성장해 세수를 지속 늘릴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단시 세수 감소 효과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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