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신탁보수, 11% 증가한 331억…교보·흥국 30%대 성장
AIA생명은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신탁 기반 자산승계’ 공략

주요 생명보험사 신탁 보수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며 신탁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맞춰 유언대용 신탁 등 종합 재산관리 서비스에 공을 들여온 생보사들의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AIA생명은 지난 4일 KB국민은행과 ‘신탁 기반 자산승계 솔루션’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상속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치매나 인지 저하 등으로 의사결정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신탁 계약에 명시된 지급 기준에 따라 미성년자·장애인·고령 배우자 등 취약 수익자에게 신속하고 안전하게 자산이 귀속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AIA생명의 100년 글로벌 보장 노하우와 KB국민은행의 신탁 역량이 결합된 이번 협업은 생보사들이 단순히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넘어 사후 자산관리까지 책임지는 ‘토탈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국내 생보사들의 신탁 보수 총액은 2024년 9월 말 약 299억원에서 2025년 9월 말 약 331억원으로 1년 사이 약 32억원(10.9%) 증가했다. 신탁 보수는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수탁해 관리·운용·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비용과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생보사 가운데 신탁 보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으로, 2025년 9월 말 기준 1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13억원) 대비 4억원(3.3%) 증가했다. 이어 미래에셋생명이 115억원(2024년 9월 말 11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곳은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이다. 교보생명의 신탁 보수는 2024년 9월 말 42억원에서 2025년 9월 말 57억원으로 15억원(3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흥국생명 역시 31억원에서 41억원으로 10억원(32.8%) 증가하며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보였다.
반면 한화생명은 4200만원에서 1900만원으로 54.8% 감소하며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한화생명은 향후 상속연구소를 중심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인 만큼 이번 감소는 반등 전 ‘숨 고르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신탁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해 기존 보험 상품 중심의 성장 전략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신탁 가능 재산 범위가 확대되면서 유언대용 신탁 등 ‘생애주기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에 강점을 가진 생보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생보사들의 신탁 시장 진출을 초고령화로 인한 금융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도입되면서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자산 관리에 취약한 유가족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보험성 재산을 제외한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아울러 신탁은 관리형 상품으로 적극적인 운용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어 금융투자업 인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유연성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신탁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질병·상해보험금까지 신탁 대상 확대 △최소 수탁 금액 제한 폐지 △약관대출 금지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등 장기 상품 운용 경험이 풍부해 고객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신탁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성장률이 높은 교보생명이나 흥국생명처럼 중대형 보험사들이 차별화된 신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당분간 업권 내 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신탁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보험금청구권 신탁 관련 규제 개선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신탁 설정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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