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P 수주, 범정부 차원 패키지 딜 경쟁 국면 전환
민관 ‘원팀’ 대응 나서…정부 특사단·기업 힘 합쳐
강훈식, 캐나다 직접 찾아…김동관·정의선도 합류
한화오션·한화시스템, 현지 AI·우주 기업과 맞손
한국과 독일이 최종 경합 중인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이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딜’ 경쟁 국면으로 전환했다. 한국은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와 폭스바겐·벤츠를 앞세운 독일에 맞서 정부 특사단과 한화·HD현대·현대자동차 등 기업의 힘을 합쳐 산업·안보 협력 패키지 딜을 추진한단 구상이다.
한화그룹도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을 필두로 현지의 철강·인공지능(AI)·우주 분야 기업 5곳과 전략적 투자·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힘을 보탰다. 캐나다 정부가 입찰 조건으로 내건 절충교역(ITB), 이른바 ‘바이 캐네디언(Buy Canadian)’ 기조에 부합하는 산업 협력 모델을 구체화한 것이다.
◇민관 ‘원팀’ 대응 나서…국가 전략 수출 프로젝트로 추진
27일 업계에 따르면 CPSP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잠수함 건조 비용 약 20조원과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 약 40조원을 합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와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오는 3월 최종 제안서 제출과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패키지 딜이 CPSP 수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배경엔 캐나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평가 구조가 있다. 실제 평가 항목을 보면 잠수함 플랫폼 성능의 배점 비중은 20%에 그치는 반면 MRO·군수 지원은 50%, 경제적 혜택과 금융·사업 수행 역량에 각각 15%씩 배정했다. 잠수함의 성능은 물론 경제적 기여도 또한 중요하단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움직인 건 독일이다.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세워 광산에서 배터리·완성차까지 이어지는 패키지 딜을 기획했다. 지난해 말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의 방산 지원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참여키로 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한국도 대응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을 필두로 한 정부 특사단은 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전날 오전 캐나다로 향했다. 26일(캐나다 현지시간) 오후 캐나다 토론토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산업협력 포럼 및 MOU 체결식에는 정부 특사단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손재일 한화시스템 사장,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합류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포럼 축사에서 “대한민국과 캐나다 양국은 추진해 온 교역과 투자 확대를 넘어 AI 전환,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 청정에너지 전환, 경제 안보 강화 등 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양국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강화한다면 한국은 북미 지역 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고, 캐나다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장관은 “캐나다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가스를 활용해 수소 생산, 수소 인프라 구축, 수소 차량과 모빌리티 보급 등 수소 경제 전반에 걸친 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내연차, 전기차, 수소차 등 전 분야에서 부품과 공급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 加 기업 5곳과 철강·AI·우주 ‘맞손’…잠수함 수주 총력
한화그룹도 범정부 차원의 패키지 딜 추진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철강(한화오션-알고마 스틸), AI(한화오션·한화시스템-코히어), 위성통신(한화시스템-텔레셋), 우주(한화시스템-MDA 스페이스), 전자광학(한화시스템-PV 랩스) 등 5개 분야 핵심 기업들과 맞손을 잡으면서다.
먼저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 업체인 알고마 스틸(Algoma Steel)과 캐나다 잠수함 사업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전제로 양사는 캐나다 현지 강재 공장 건설과 잠수함 MRO 인프라에 활용될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약 3억4500만 캐나다 달러를 출연한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캐나다 대표 철강 기업 알고마 스틸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협력”이라며 “캐나다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철강 생산 및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오늘은 물론 미래 세대까지 신뢰할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캐나다의 유니콘 AI 기업인 코히어(Cohere)와 인공지능 기술 협력을 위한 3자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코히어가 갖고 있는 대형언어모델(LLM)과 대형멀티모달모델(LMM)을 기반으로 생산계획·설계·제조 등 조선산업 전반과 잠수함 시스템 통합·운용에 적용 가능한 특화 AI 기술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코히어는 기업용 AI 모델 개발 전문기업으로 엔비디아, 오라클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기업가치는 7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시스템은 또 캐나다 위성통신기업 텔레셋(Telesat)과 저궤도(LEO) 위성 통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한화시스템은 통신위성 제조·위성단말 개발 역량을 텔레셋의 위성망 운용·설계 기술과 결합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두 회사는 대한민국 ‘군 저궤도 위성통신체계’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사업 협력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텔레셋은 올해 말까지 198개의 첨단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 차세대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MDA 스페이스(MDA Space)와 방산·안보 목적의 위성 통신·우주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PV 랩스(PV Labs)와는 안보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기술 고도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한화시스템은 첨단 방산전자·우주 시스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MDA 스페이스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정의 위성(SDS) 플랫폼인 오로라(AURORA)와 결합해 시너지를 제고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과 연계해 잠수함 작전과 관련된 보안 통신, 데이터 복원력, 지휘·제어 기능 등도 포함된다.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는 “한화시스템은 해양·위성·AI·보안 부문에서 보유한 독보적인 잠수함 운용 제반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이 캐나다의 ‘글로벌 경제·안보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KPMG는 한화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산업협력 방안이 실행될 경우 올해부터 2040년까지 캐나다 현지에서 누적 연인원 기준 2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한 잠수함 건조 성과를 넘어 철강, 위성, AI, MRO 등 연관 산업 전반에 걸친 절충교역의 장기적 산업 파급 효과를 반영한 수치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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