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회적의제 명분 거리에 선 금융맨들…“4.5일제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 요구 아냐”

시간 입력 2025-09-26 16:50:28 시간 수정 2025-09-26 16: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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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메운 금융노조 “주 5일제 이어 또 한 번 역사 쓸 것”
제도 개선 마중물 vs 사회적 합의 필요…엇갈린 시선 여전
“구조조정으로 노동강도↑”…고액연봉자 반열에도 임금인상 요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광화문 일대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금융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결단식 열고 주 4.5일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조합원들은 깃발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대한민국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투쟁”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이후 3년 만의 총파업 현장이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2002년 금융노조가 주 5일제를 쟁취했듯 오늘 우리는 주 4.5일제라는 새로운 역사를 열기 위해 모였다”며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노동시간 단축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타파할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금융산업이 앞장서야만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낭독된 총파업 결의문에서는 금융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결의문은 “지난 몇 년간 은행은 765개 점포를 닫고 7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를 떠났다. 그 사이 은행과 금융지주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는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진 왜곡된 성장”이라며 “우리는 주 4.5일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며 금융서비스의 질도 개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현장에서 금융노조는 “투쟁한다”는 함성과 함께 실질 임금 쟁취, 정년 연장, 신규 채용 확대 등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번 총파업이 단순 하루의 멈춤이 아니라 대한민국 노동과 금융, 사회 전체를 바꾸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세종대로를 메운 조합원들의 행렬은 주 4.5일제가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넘어 사회적 의제임을 각인시키려는 듯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연봉 직군의 근무 단축이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을 내세워 대규모 점포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비대면 채널 확산에 따른 변화였지만, 남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산업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경기 둔화 속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근무시간 단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지난 수개월간 35차례 교섭을 이어왔음에도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배경이다.

노사 간 인식 차이도 뚜렷하다. 금융노조는 “번아웃과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상 최대 실적만 내세우는 것은 탐욕”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은행 측은 “주 4.5일제 도입은 막대한 인건비 증가와 서비스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노조는 2002년 주 5일제 도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전례를 강조하며 이번에도 금융권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금융권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기반 없이 제도를 강행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불편과 산업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정부의 대응 역시 변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 ‘주 4.5일제 검토’가 포함되면서 제도화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재계·노동계·정치권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난항이 예상된다. 정책 시행 과정에서 금융권 파업이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노조가 사회적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투쟁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 4.5일제 도입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금융노조가 내세운 명분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가 주 4.5일제 논의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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