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벤츠보다 비싸다고?…현대차 ‘가격 역전’ 현실로

시간 입력 2025-09-26 17:40:00 시간 수정 2025-09-26 16: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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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EU 車 관세 15%로 낮춰…한국은 여전히 25%
‘한국산 자동차’ 제네시스, 벤츠·BMW보다 가성비↓
관세 반영 시 G80 가격이 BMW 530i보다 비싸질 듯
‘가격 인상 억제’ 현대차 부담 가중…현지 생산 확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제공=현대자동차>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대미(對美)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제네시스의 미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산 자동차가 부과받는 25% 관세 탓에 수출 비중이 높은 제네시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차량 가격에 관세를 그대로 반영하면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제네시스 8종 중 2종 미국 수출…가격 역전 불가피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 중인 관세 27.5%를 지난 7월 타결한 무역 합의에 따라 최혜국 대우를 적용해 15%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EU가 기존 관세 2.5%와 품목 관세 25%를 더해 27.5%의 관세를 물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12.5% 낮아진 수치다.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붙는 15% 관세는 지난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해당 시점 이후 27.5%의 관세를 냈던 기업은 차액만큼 환급받아 벤츠와 BMW·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말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이후 최대 난관인 3500억달러 규모(약 494조원)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후속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다.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일본과 유럽보다 10%의 관세를 더 내야 하게 됐다.

제네시스 GV80.<사진제공=제네시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일본과 유럽에 이어 미국 자동차 수출 비중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가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또한 수출 비중이 높다. 제네시스는 GV70과 GV70 전동화 모델 2종을 제외한 GV60·G70·G80·GV80·GV80 쿠페·G90 등 나머지 6종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만약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격에 관세를 모두 반영하면 가격 역전 현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의 미국 판매 가격은 2만2125달러(약 3120만원)로 폭스바겐 제타(2만2295달러·약 3144만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과 유럽에 부과하는 관세를 차량 가격에 전부 반영하면 아반떼(2만7656달러·약 3901만원)가 제타(2만5639달러·약 3616만원)보다 300만원가량 비싸진다.

미국에서 벤츠·BMW와 경쟁하는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실제 G80 2.5 터보의 미국 판매 가격은 5만7100달러(약 8057만원)로 벤츠 E350(6만3900달러·약 9016만원)과 BMW 530i(5만9900달러·약 8452만원)보다 낮다. 그러나 관세를 다 반영하면 G80이 7만1375달러(약 1억71만원)로 뛰어 BMW 530i(6만8885달러·약 9720만원)보다 350만원 이상 비싸지게 된다.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탈루냐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FISITA WMC(FISITA World Mobility Conference)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수익성 부담에 현지 생산 늘리지만…벤츠·BMW도 사활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에서 가격 인상을 억제하며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북미 시장이 회사의 핵심 시장이자 미래 성장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 207만대 중 30%인 61만대가 북미에서 팔렸고, 전체 매출의 38%가 북미에서 발생한 만큼 중요도가 큰 시장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도 “미국의 관세 부과가 곧바로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가격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대차의 수익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2분기에만 828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감소분을 감당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5% 관세가 유지되면 현대차·기아가 월 7000억원가량의 관세 비용을 떠안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미국 관세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가동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현지화에 나서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볼보자동차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공장 증설과 생산 차종 조정으로 현재 5% 수준인 미국 판매 물량의 현지 생산 비율을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앞서 벤츠는 2027년부터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공장에서 E클래스 등 핵심 차종을 생산키로 했고,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40만대에서 48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 여파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한 182억달러(약 25조6000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관세 부담은 계속 커지는 중”이라며 “점유율과 수익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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