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은행장들과 첫 만남…‘엄정’ 원칙 속 ‘동반자’ 역할 강조

시간 입력 2025-08-28 17:52:30 시간 수정 2025-08-28 17: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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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내부통제 강화…신뢰 회복 ‘최우선’
생산적 금융 확대·중기 지원…“경제 회복력 높이는 길”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및 6·27 대책 준수 당부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장과 안정, 산업과 소비자, 혁신과 신뢰가 맞물려 돌아갈 때 은행은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의 구조적 과제를 정면으로 제시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생산적 금융 확대, 가계부채 관리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은행 산업의 신뢰와 성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단순한 당부 차원을 넘어, 은행 영업 문화 전반을 바꾸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원장은 금감원이 은행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기관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되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동반자적 감독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임 원장의 기조와 달리 협력적 소통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평가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화두는 금융소비자 보호였다. 그는 “더는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대규모 피해는 없어야 한다”며 사전예방적 보호 체계 확립을 요구했다. 금융소비자는 은행 성장의 ‘동반자’라며, 소비자 권익이 보장돼야만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통제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이 원장은 “개인정보 유출, 직원 횡령은 은행의 금고 자물쇠가 깨지는 것과 같다”며 단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닌 핵심 투자로서 내부통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와 신기술을 활용한 프로세스 개선까지 언급하며 혁신적 통제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돌아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담보·보증 위주의 여신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의 확장과 맞닿아 있다.

그는 “손쉬운 이자 장사에 안주할 경우 은행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자금이 AI 등 미래 성장 부문으로 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전성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본이 생산적 금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당국이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경제의 뿌리’로 규정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1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4조400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 역시 같은 기간 8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의 3조7000억원에서 크게 축소됐다.

이 원장은 “필요할 때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경제 전반의 회복력을 높이는 길”이라며 “금융권 채무조정, 맞춤형 신용지원, 정책금융과의 연계 등을 통한 금융지원 확대가 그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 차주의 만기연장 문제도 거론됐다. 은행권 잔여 여신 41조6000억원의 만기연장이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인 만큼, 원활한 연장과 이자 부담 경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 안정의 근간을 흔드는 변수로 지목됐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89.6%로,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80% 초과 시 성장 제약’ 수준을 넘어섰다. 이 원장은 “가계부채 위험 변수가 상수화되지 않도록 은행이 근본적으로 업무를 개편해야 한다”며 상환능력 중심 심사와 대출 총량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 6월 발표된 ‘6·27 대책’과 관련해 규제 우회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 스스로 엄격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부동산 경기와 맞물린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성은 물론 경제성장률까지 제약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은행권도 이 원장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산업이 국가 경제 대전환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소비자 보호와 생산적 금융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은행장들은 내부통제 고도화, 신산업 자금 공급 확대를 약속하는 한편 △상생금융 실천 금융회사 인센티브 부여 △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금융소비자법 제재 중복 부과 완화 등을 건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새 리더십 아래 감독당국의 기조 변화를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임 이복현 원장이 ‘은행권의 이자장사 비판’과 같은 강한 어조로 압박에 나섰다면,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혁신을 병행하되 은행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이 원장은 은행권의 제언과 우려를 향후 감독·검사 업무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의 엄정한 원칙과 동시에 협력적 소통이 병행될 경우, 은행권의 자율적 혁신을 유도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감원은 은행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원칙은 엄정하게 지키겠다”면서도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은행권의 혁신과 노력을 지원하는 동반자적 감독기관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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