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익 정체에 ‘금융 바깥’으로 눈 돌리는 은행들
빅테크의 금융 진입 위기감, 은행권 생활금융으로 전환 가속
신정부에 규제완화 요청도…‘투자일임업’ 허용 숙원
국내 은행권이 비은행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전통적 수익 기반인 예대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본격화한 것이다. 유통, 통신 등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도 이뤄지는 가운데, 새 정부를 향한 금융 규제 완화 요구도 거세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른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점차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들어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자이익은 2021년 46조원에서 2022년 55조9000억원, 2023년 59조200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엔 59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규모 자체가 작고 변동성이 크다. 2021년 7조원이던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022년 3조5000억원으로 급감한 뒤, 2023년 5조8000조원, 지난해 6조원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이자이익에 비해 규모가 미미하다.
은행권이 비은행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같은 수익성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기준금리가 하향 기조와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정책이 맞물리면서 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금융환경이 대출 비즈니스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대출 위주 수익 창출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은행들은 생활밀착형 영역을 중심으로 ‘임베디드금융(Embedded Finance)’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은 금융서비스를 비금융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통합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 고객 기반을 넘어 일상 속 금융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은 금융상품 노출 빈도를 높이고, 고객의 거래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맞춤형 마케팅이나 상품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 또 플랫폼 이용자의 소비 흐름과 연계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수수료 기반의 비이자이익 확보에도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은행권의 비은행 진출을 제약해온 기존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거세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정책 건의서에서 디지털자산, 유통, 운수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출이 가능하도록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진출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현재 은행의 투자일임업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보험사에 비해 상품 설계와 운용에 큰 제약이 따른다. 투자일임업 확대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증권 업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결국 은행의 비은행 진출 확대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흐름 속에서 정체성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빅테크의 금융 진입’으로 촉발된 경쟁 환경에서 은행이 수세적 방어를 넘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제 은행은 단순한 예금·대출 창구를 넘어 생활 전반에 금융을 녹이는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며 “금융이 타 산업에 융합되기도 하고 타 산업이 금융을 품기도 하는 양방향 변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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