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역성장 현실화에…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
경제 성장률 0.8%로 반토막…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하락
8월 열릴 통방 회의서 2.25%까지 금리 추가 인하 전망 우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올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보다 뒷걸음질 친 가운데, 경제 성장률마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율까지 1300원대로 안정세에 접어들자 경기 부양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하)’에 나서며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빅컷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무리한 금리 인하를 진행할 경우 부동산이 과열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 ‘-0.2%’ 성장률에…한은, 금리 인하로 경기 부축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0.25%p(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인하다.
이미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과 내수에 모두 하방 압력이 커진 만큼,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크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고 수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GDP 갭률의 마이너스 폭도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물가는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리스크가 다소 완화됐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관세정책, 주요국 재정건전성 등과 관련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금융완화 기조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충분한 재정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가운데 금리만 지속적으로 내릴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동산에 돈이 몰려 결국 집값과 가계부채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0%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4.25~4.50%)과의 금리 격차도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측면에서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올해 경제 성장률 0.8%…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반토막’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관심이 집중됐던 연간 경제 성장률 역시 0%대에 진입했다. 이달 확정된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내수 진작 효과를 반영하고도 0%대로 추락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췄다. 3개월 만에 0.7%포인트 급락한 수준이다. 이 총재는 이와 같이 성장률을 대폭 낮추게 된 배경에 건설투자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건설투자는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지만 건설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국과의 무역협상이 빠르고 원만하게 타결될 가능성과 새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추진 등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통상갈등의 장기화 및 품목별 관세 추가 부과 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상방과 하방, 양방향으로 리스크 요인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30년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당시 한은 역시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빅컷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단순히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부도가 속출하고, 돈이 돌지 않는 금융경색 현상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금융 여건만 본다면 오히려 금융 유동성 상황이라든지 금융 여건은 완화적인 정도를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유동성은 오히려 충분한 상황인 만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춰서 유동성을 더 공급하게 될 경우에는 경기 부양보다 주택가격 등 자산 가격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올해 통화정책 방향에 쏠리는 눈…8월 추가 인하 가능성 커져
상황이 이런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올해 금통위가 오는 7월과 8월, 10월, 11월 예정돼 있는 가운데, 금통위도 회의 의결문에서 추가 인하를 시사하는 문구를 언급한 만큼 향후 인하폭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3개월 내 금리 전망을 살펴보면 4명은 현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나머지 2명은 2.50%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자고 하신 네 분은 경기가 생각보다 더 나빠진 만큼 금융안정 리스크를 점검하면서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동결 가능성을 더 크게 보신 나머지 두 분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와 한‧미 금리차, 미국 관세정책의 변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변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등을 점검해 나가면서 경제 여건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조금 더 정해진 이후에 금리 인하에 관한 결정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이러한 전망이 3개월 내 반드시 금리 인하하거나 동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조건부 견해임을 강조했다”면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향후 금리가 몇 번 더 낮아질지, 최종 금리가 얼마가 될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악화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으나, 경제 전망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는 데다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추가 인하 속도와 폭을 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오는 8월 열릴 통방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8월 추가로 인하된 뒤 2.25%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면서 “3분기 말~4분기 초 추경 등 재정정책이 나설 때 통화정책은 그간 정책 조정에 따른 효과를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8월에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이슈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7월에 연달아 인하하기보다는 8월에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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