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관행 시행 6개월] 은행권 지배구조 제도 개선 성과는

시간 입력 2025-05-28 07:00:00 시간 수정 2025-05-27 17: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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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절차·이사회 구성 내규 정비 ‘가속’
다양성·객관성 강화한 이사회 평가체계 마련
디지털 거버넌스·연임 검증 등 후속 과제 제시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시행 반년을 맞았다.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와 이사회 구성,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 주요 항목에서 제도적 정비가 일정 수준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중장기 과제로 디지털 거버넌스 반영과 장기 연임 검증 절차 강화, 외부 평가 확대 등을 예고하며 후속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국내 은행권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비해 미흡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모범관행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 등 4개 테마, 30개 핵심원칙으로 구성됐으며, 각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원칙 중심의 유연한 구조로 설계됐다.

◇승계 절차 정착·지원체계 강화…내규 개정 본격화

은행권은 CEO 경영승계 절차부터 내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후보자 선정 과정이 평균 50일 수준으로 짧았고, 면접 1회로 후보를 결정하는 등 절차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일부 은행은 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내규에 명문화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개선 이후 모든 금융지주와 은행이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개시하도록 내규를 개정했다. 특히 iM금융은 6개월, 우리금융과 JB금융은 각각 4개월 전으로 절차 개시 시점을 앞당겼고, KB금융은 숏리스트 이후 최종 후보자 확정까지 최소 1개월 이상 확보하도록 명시했다. 하나금융과 BNK금융은 절차 단계별 소요기간을 최소 2주 이상으로 규정했다.

사외이사 지원조직의 독립성 확보도 병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CEO 산하에 설치돼 경영진이 임면·평가를 담당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이사회 산하로 조직을 이관했다. 지원조직의 평균 인원은 지난 4월 기준 금융지주 3.5명, 은행 3.2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군 및 신임·재임 사외이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됐다. 금융연수원과 은행권이 협력해 총 4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입문·역량강화·사무국 연수 등으로 세분화해 이사회 전반의 전문성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사회 다양성·평가체계 개선…BSM·외부평가 도입 확산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27일 공개된 금감원의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와 향후 계획’에 따르면, 당국은 직군·성별·경력 편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Board Skill Matrix(BSM)’ 활용 강화를 권고했다.

BSM은 이사 개개인의 전문성과 함께 성별, 연령, 배경 등을 도식화해 이사회 구성이 적절한지 평가하는 도구다. 현재 신한은행 등 10개 금융사가 BSM 작성·활용 기준을 내규로 신설한 상태다.

KB금융 등 일부 금융사는 중장기적으로 성별 다양성 목표도 설정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없던 몇몇 금융지주는 1~2명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사외이사 평가체계도 실효성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자기평가 비중은 기존 18.4%에서 8.7%로 줄었고, 외부기관의 평가를 도입한 금융사는 1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정량지표 반영 비중도 16.4%에서 23.4%로 확대되며 평가의 객관성과 비교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평가결과를 이사 재선임 여부와 연계하고, 외부기관 평가를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평가 기준도 정비해 단순 ‘충실성’이나 ‘전문성’ 수준을 넘어, 실제 성과와 기여도 중심의 정교한 평가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지털 거버넌스·장기 연임 검증…국제 기준 정합성 강화

금감원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지속하기 위한 중장기 보완과제로 다섯 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조기 가동 △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 강화 △CEO·이사 평가 시 외부기관 활용 확대 △모범관행 내 디지털 거버넌스 반영 △소위원회 및 개별이사 소통방안 마련 등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 거버넌스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념으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근 관련 권고안을 제언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기구와 글로벌 금융사 사례를 분석해 국내 금융환경에 맞는 ‘디지털 거버넌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EO 장기 연임에 따른 이사회 독립성 저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검증 절차도 강화한다. 시차임기제, 임기차등제, 연임 및 신규 선임 시 BSM과 연계한 평가 등의 임기정책을 마련한다. 또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CEO 장기 연임의 적정성에 대한 주주의 실질적 평가와 통제 절차 필요성을 금융권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사 이사회와의 정례 소통 체계를 제도화해 시행 중이다. 2023년부터 지주·은행별 연 1회 사외이사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도 반기별로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52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자본규제,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등 주요 현안을 공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칙 중심의 모범관행을 통해 은행권이 각사별 규모, 경영전략, 리스크 프로파일 등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수립·추진하는 등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면서도 “CEO 경영승계,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등 일부 핵심원칙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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