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경비율 1%p 넘게 개선됐는데…수익성은 되레 악화
적격비용 재산정에 신용판매↓…본업 경쟁력 잃은 카드사
“해외 ABS 발행·신용등급 개선으로 조달 부담 낮출 수 있어”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비용 효율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라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던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힘을 잃은 점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다원화 △신용등급 개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발급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해 총자산경비율은 2.28%로 집계됐다. 이는 10개년 전인 2015년(3.57%)보다 1.29%p(포인트) 가량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총자산경비율이란 총자산에서 총경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운용자산 대비 판매관리비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생산성 지표로 사용된다. 해당 비율이 줄어들수록 카드사들이 영업 외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비용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사용되고 있다.
10년여간 카드업계의 비용 효율성은 크게 개선됐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8개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는 지난해 말 기준 1.45%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2.33%)보다 0.88%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이처럼 최근 카드사의 수익성 하락은 신용판매 부문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지난 2012년부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적격비용에 기반을 둔 가맹점수수료 산정체계를 구축해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일반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를 재산정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2월에도 또 한 번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개편안을 적용해 시행키로 했다. 가맹점별로 최소 2억원에서 최대 20억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절감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0.40~1.45% 수준으로 내려왔다.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도입했던 2012년 당시 1.5~2.12% 수준이었으나, 3년마다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지며 더 이상의 인하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23일 서울 중구 소재의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의 ‘카드사의 비용 효율화와 신수종 사업전략’에서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지원 기자>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비용 효율화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이날 서울 중구 소재의 은행회관에서 ‘카드사의 비용 효율화와 신수종 사업전략’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른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가 곧 카드사의 소비자부가혜택 축소로 이어졌으며, 이는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 둔화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들이 신판 부문 수익성 보전을 위해 무이자 할부와 할인 등 각종 소비자 부가 혜택이 줄이며 고가 내구재와 소비재 구입 시 신용카드 이용 유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곧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른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민간소비 부진을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대출 상품을 늘리고 있으며, 대손비용 부담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카드사의 수익성은 다시금 악화하게 되고, 이렇게 될 경우 카드사는 비용 효율화에 더 힘을 써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 만큼 카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금조달 다원화 △신용등급 개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발급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제시했다.
먼저 서 교수는 여전히 56%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 비중을 줄이고, 자금조달을 다원화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ABS 발행을 늘려 국내보다 발행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교수는 신용등급 제고를 통한 자본비용 절감 또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 교수는 “신용등급이 1등급 상승할 경우 카드채 발행금리는 0.1~0.4%포인트 하락하게 된다”며 “조달 규모가 10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최소 100억원이 절감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이 지난해 AA에서 AA+로 상승하며 5년물 카드채 금리는 3.421%에서 3.344%로 0.08%포인트 인하됐다”면서 “지난해 상반기 현대카드의 신용등급 제고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분은 3499억원으로, 등급이 한 단계 변화할 경우 얀간 순이익의 5~15%에 달하는 금액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 교수는 "최근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에 따라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가 카드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카드비용과 판매관리비 절감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PLCC 발행 확대를 통해 카드 비용과 판매관리비 절감, 영업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다.
서 교수는 “이미 카드사들은 모집비용 줄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라며 “PLCC가 늘어나며 홍보·모집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고, 판매관리비 중 광고선전비 절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PLCC는 특별한 홍보나 광고 없이도 하나의 프리미엄 카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모집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서 “기존의 충성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회원들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는 것보다 높은 신뢰성을 지닌 데이터 기반 타겟팅이 가능하고, 신용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비용 절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PLCC 시장의 78.4%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카드의 경우 PLCC를 통해 회원당 모집비용이 시행 초기인 지난 2019년 약 9만9000원에서 1년간 23%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다만 국내 카드사의 PLCC 비중은 약 4.4% 수준에 그치며 여전히 미미한 상황인 만큼,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PLCC 출시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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