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금융사고 858억 규모…지난해 발생 금액 60% 달해
내부통제 힘썼던 우리은행, 올해 금융사고 공시 0건 ‘유일’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올해만 858억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해 공시한 금융사고 규모의 절반 수준을 넘어선 규모다. 다만 연이은 대형 금융사고로 홍역을 앓았던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유일하게 0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나 그간 힘써왔던 내부통제 방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올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13건으로, 이에 따른 피해금액은 857억989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5대 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 금액인 1425억7512만원의 6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총 5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금액 또한 488억4511만원으로 가장 두드러졌다. 뒤이어 NH농협은행(2건·221억5072만원) △KB국민은행(4건·110억9792만원) △신한은행(2건·37억521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공시한 금융 사고가 없었다. 이번 금융사고 공시가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만 취급된 만큼, 10억 미만의 금융사고를 합하면 피해 금액은 훨씬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은행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감시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이상징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준법감시 인력 투입을 단행하며 내부통제에 힘을 쏟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내부 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포상금을 4배로 올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발생 시 인사 조치를 강화하는 방식 등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하는 ‘책무구조도’ 제도를 본격 시행하며,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더 분명해짐에 따라 5대 은행장들은 내부통제 체계 정비에 속도를 냈다. 책무구조도에 따르면 금융사의 임원은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책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관리 의무 이행에 따라 제재 경감이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수법 역시 점차 고도화된다는 점이다. 올해 5대 은행의 금융사고 내용을 보면 ‘외부인에 의한 금융사고’가 전체 공시 가운데 약 81.4%(9건)에 달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은행별 금융사고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경우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4건, 이밖에 부당대출·사적금전대차·금품수수 등의 사고가 1건이었다. 단일 사고 규모 역시 하나은행이 지난달 14일 공시한 외부인의 사기 행위가 350억원으로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외부인에 의한 사기 2건, 업무상 배임 2건이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외부인에 의한 과다 대출과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각 1건씩 발생했다. 신한은행의 경우에는 횡령과 외부인에 의한 사기 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부인에 의한 사기 및 과다 대출 등이 고도화된 범죄 수법이 늘어나며 은행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부 통제와 관련해 전담 조직 신설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저마다 강화하고 있지만, 외부 사기의 경우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골자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일각에서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와 감독이 아닌, 기업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란 제언도 나온다.
이병관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직원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감시나 점검을 중층적으로 수행하려면 고액의 비용이 든다”며 “이용자의 편리성도 저하시킬 수 있어 임직원의 행동을 모두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조직으로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솔선수범하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뢰와 윤리에 입각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로 홍역을 앓았던 우리금융의 경우 올해는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사고를 공시하지 않았다. 그간 힘써왔던 내부통제 방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올해 정기 인사를 통해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또 책무구조도 이행을 비롯한 책무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했다.
여기에 친인척 부당대출 사례를 포함한 내부비리 제보를 위해 그룹 윤리경영실이 운영하는 ‘제보·신고 핫라인’도 도입했다. 이는 익명성을 보장해 내부 감시·감독 기능을 활성화하고,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운영리스크 특화 상담 시스템 ‘운영GPT’도 도입했다. 직원 문의에 능동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운영리스크 전용 상담 시스템을 생성형 AI를 통해 개발하고, 이를 통해 운영리스크를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성형 AI 기반 상담 시스템 도입으로 운영리스크 관리가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게 됐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내부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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