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연체 증가”…시중은행, 부실채권 증가세에 커버 여력 ‘급락’

시간 입력 2025-05-12 17:45:00 시간 수정 2025-05-12 17: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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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은행 NPL 잔액 4.8조…1년새 33.5% ‘급증’
부실채권 30% 늘었는데…충당금은 2% 느는 데 그쳐
NPL 커버 여력 58%p↓…신한은행 159.3% ‘최저’

부진한 경기와 지속되는 고금리 상황에 채무자들의 상환 여력이 점차 약화되며 시중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 1년새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은행들의 위기 대응 역량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충당금 적립 규모를 앞서며 커버 여력이 축소된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 잔액 총합은 4조8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6120억원)보다 33.53% 가량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NPL은 담보처분을 통해 회수 가능한 것으로 예상되는 고정여신과 손실이 예상되는 회수의문,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추정손실 여신의 합이다.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고금리 및 경기 부진 장기화로 차주의 채무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 크다.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NPL 잔액이 상승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NPL 잔액이 1조570억원으로, 전년 동기(6750억원)보다 56.59% 늘어나며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뒤이어 △신한은행 1조1280억원(전년 대비 30.10% 증가) △KB국민은행 1조6060억원(27.97% 증가) △하나은행 1조320억원(26.63% 증가) 등의 순으로 1년새 증가폭이 컸다.

부실채권은 30% 넘게 늘었지만, 부실채권에 대응하기 위한 충당금의 증가폭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4대 은행의 1분기 충당금 총합은 8조1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조9890억원)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친 수준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우리은행의 1분기 충당금은 1조992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870억원)보다 5.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3.83% 늘린 2도7120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에는 충당금마저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하나은행은 전년 동기(1조6870억원)보다 0.59% 줄어든 1조677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33% 줄어든 1조7970억원을 적립하며 충당금 적립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정이하여신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떨어지는 추세다. 고정이하여신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정도를 나타내는 NPL 커버리지 비율은 1분기 169.8%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28.0%)보다 58.3%p(포인트)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NPL 커버 여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NPL 커버리지 비율은 188.4%로, 전년 동기(279.5%)보다 91.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280%에 가까운 커버리지 비율을 기록한 만큼, 하락폭 역시 타 은행보다 크게 집계된 것이다. 다만 90%포인트 가량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커버 여력을 지키고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회복지연, 한계차주 증가등으로 인해 NPL 잔액이 증가했다”며 “이에 반해 담보평가 등이 반영된 대손충당금은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타사대비 커버리지 비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여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 중에 있으며,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해 중장기적으로 150%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하나은행 162.5%(전년 동기 대비 53.9%포인트 하락) △신한은행 159.3%(48.7%포인트 하락) △KB국민은행 268.9%(39.3%포인트 하락) 등 4대 시중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NPL 커버리지 비율이 하락한 데는 시장 전체적으로 신용 사이클 회복이 지연되며 NPL 잔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부실채권 정리 속도를 늦춘 점도 커버 여력을 낮추는 데 한 몫 했다.

실제 1분기 NPL 커버리지 비율이 가장 낮았던 신한은행의 경우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전략적으로 NPL 상·매각을 줄인 것이 커버리지 비율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매 분기 연말 상·매각을 진행하는데, 최근 상·매각 조건이나 가격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올 3월 말에는 평소 했던 상·매각 규모보다 전략적으로 줄이며 커버리지 비율이 빠지게 된 것”이라며 “2분기와 3분기에는 점차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금년 말 정도에는 2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다고 봤다. 이와 같은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과 더불어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관리,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 체계가 모두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현재 은행권의 손실 흡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 전체적으로 신용 사이클 회복이 지연되며 NPL 잔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 증가와 함께 취약계층 고객들의 어려움 역시 지속적으로 커지며 올해까지는 연체율과 NPL비율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은행권은 기존 충분히 확보해 놓은 손실 흡수 여력과 함께 건전성에 대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부 취약 차주층을 중심으로 NPL 비율이 다소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으며, 이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경기 회복 지연의 영향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전반적인 자산 건전성 악화로 보기보다는 외부 여건에 따른 일시적 조정 국면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과 함께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관리, 그리고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 체계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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