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방식 결정 또 다시 연기…내달 초 방추위 안건 상정도 무산
HD현대重 “관행대로 수의계약” vs 한화오션 “경쟁입찰로 진행”
양사 경쟁 과열로 방사청도 쉽사리 결론 못내…해군 전력 공백 우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1년 넘게 지연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이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과열 경쟁으로 방위사업청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선 두 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1일 방사청에 따르면 당초 지난달 1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관련 안건 2건을 논의했지만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어떤 방안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열린 분과위에선 KDDX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오는 2일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도 KDDX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
조용진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최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함정 업계 간 상생협력 방안을 추가로 보완, 논의한 후에 분과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달 중순쯤 해당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달을 넘길 경우, 탄핵정국 등과 맞물려 사업이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선체부터 각종 무기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해당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지난해 3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주선 기자>
현재 상세설계 및 초도함 단계에 있는 해당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1년 3개월가량 멈춰있다. 사업자 선정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등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설계를 했던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주도하되, 한화오션도 상세설계에 참여하는 형태 등이 거론된다.
다만, 양사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자사가 수의계약으로 주계약자가 되고, 한화오션은 협력업체로 상세설계 일부 영역에 참여하는 방안은 상생협력안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혹은 공동계약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방사청에서 분할로 건조하는 안이 나오면 거기까지는 수용할 것”이라며 “공동으로 상세설계를 수행하고 2척의 선도함(1·2번함)을 분할 건조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양사 갈등을 핑계로 사업자 선정을 미루는 방사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사청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결국 KDDX 사업이 미뤄질수록 해군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중재안 마련을 위해 최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에 이어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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