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결국 한 발 물러났다…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

시간 입력 2024-08-29 17:33:13 시간 수정 2024-08-29 17: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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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 무산
금감원 제동‧소액주주 반대 등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 느낀 듯
다만, 두산에너빌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

두산 사옥. <사진제공=두산>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11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금융당국의 제동과 소액주주들의 반대 움직임을 비롯해 부정적인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두산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양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대 0.63으로 산정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우량주로 평가받는 두산밥캣 주식 1주를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바꾸게 된다는 점 때문에 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대표이사 명의로 주주서한을 내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두산에 제동을 걸며 개편안을 흔들었다. 금감원은 최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주식의 포괄적교환·이전에 대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에서 “합병이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주주들도 합병 반대 움직임에 돌입한 상태였다.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의 운영사 컨두잇은 최근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창원지법에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이번 분할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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