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두산, 지배구조 개편 작업 ‘빨간불’

시간 입력 2024-08-22 17:45:00 시간 수정 2024-08-22 17: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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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불공정 합병 이어진다” 공개 저격  
뿔난 소액주주, 법원에 두산그룹 주주명부 공개 신청

두산 사옥. <사진제공=두산>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에 따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내용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강경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소액주주들까지 나서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및 합병에 관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했다. 지난 6일에 이은 2차 정정 신고서 제출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해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선 연 매출 10조원에 달하는 두산밥캣과 적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 간 주식교환 비율이 시가총액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1대 0.63으로 정한 것을 두고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두산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 요구에 두산은 지난 6일과 16일 두 차례 정정 보고서를 냈다.

두산 사업구조재편 내용. <시진제공=두산>

하지만 두산의 이러한 노력에도 금융당국은 강경한 입장은 유지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일부 회사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언급한 불공정 합병이 두산그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도 여전히 싸늘하다. 주가 반등에 실패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2만890원, 두산밥캣은 5만459원, 두산로보틱스는 8만472원이다. 반면 지난 21일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1만8040원, 두산밥캣 4만300원, 두산로보틱스는 6만8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액주주들은 법원에 두산그룹 주주명부 공개 요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은 지난 2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창원지법에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오는 9월 25일로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임시주총에서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기 위해서다. 개인투자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 관련 건이 부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총회 부결(주주총회 출석 주주 의결권 2/3 이상, 발행주식총수 1/3 이상의 수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또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상회(두산에너빌리티 0.6조, 두산밥캣 1.5조, 두산로보틱스 0.5조) 할 경우, 본 재편이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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