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올 하반기 최종 기업 선정
HD현대重 수의계약 vs 한화오션 경쟁입찰 주장하며 갈등
정치권까지 개입하며 과열 양상…이르면 내달 결론 나올 듯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기본설계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해당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국내에서 구축함급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해당 법령과 관행에 따라 기본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위사업법 시행령에도 무기체계의 효율적인 연구개발이나 전력화 시기 충족을 위해 현재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업체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하도록 할 때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개념설계를 비롯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만큼 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자사 직원 9명은 한화오션이 제작한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취득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모두 유죄를 받아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방산 사업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 1.8점을 받았다.
이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행위 당시 임원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지난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평가항목 중 일부 점수를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양사의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정치권도 개입하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이 있는 울산과 한화오션 사업장이 소재한 경남 거제 정치권에서 각 지역 소재 기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울산지역 국회의원인 김태선(울산 동구·사진), 윤종오(울산 북구), 김상욱(울산시 남구갑)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는 방위사업을 총괄하는 방사청이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하면 될 사안”이라면서 “정해진 일정과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진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은 지난달 성명서를 내고 “국내를 넘어 방산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화오션의 군사기밀을 빼돌린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자로 단독 지정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그에 따른 비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하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업체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경쟁입찰로 하면 그동안 진행했던 함정 체계 사업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방사청은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미루고 있다. 당초 이달 9일 계약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으나 내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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