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늘리고 생산 줄이고…보릿고개 넘는 철강업계

시간 입력 2024-06-10 17:45:00 시간 수정 2024-06-10 17: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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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임원 대상 주 4일제→주 5일 근무제로 복귀
동국제강, 인천 전기로 공장 야간 생산 체제로 전환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보수 중…9월엔 당진공장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국내 철강업계가 근무 일수를 늘리고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올해 초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포스코는 임원에 한해 다시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동국제강은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 생산 체제로 전환시켰다. 건설 경기 불황과 중국‧일본산 저가 공습 등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위기 극복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임원에 한해 주 4일 근무제를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앞서 포스코는 올해 초 철강업계 최초로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한 바 있다. 2주 동안 하루 1시간 이상 추가로 일해 총 80시간의 근무량을 채우면 2주 차 금요일에 쉬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주 5일제 전환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철강 부문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고, 임원 급여의 최대 20%를 반납하는 내용이 담긴 ‘7대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조직 개편과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를 일반 직원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경영진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모습. <사진제공=동국제강>

동국제강은 지난 3일부터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4조3교대 근무는 그대로 유지하되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만 일하는 야간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87.3%였던 공장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 철강사가 상시로 야간 조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국제강이 야간 조업에 나선 이유는 철근 생산비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전기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료(㎾h 기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평균 208원에 달하는 반면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에는 105원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의 주 5일제 복귀와 동국제강의 야간 생산 체제 전환은 철강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현재 국내 철강사들은 건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량을 밀어내는 중국과 일본 철강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철강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조5390억원, 2조5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21% 감소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제25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철강산업이 저탄소 경제 체제로의 전환, 통상환경 불확실성 지속,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철근이 주력 제품인 동국제강은 신규 아파트 건설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만455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52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3.1% 줄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통상 동절기와 하절기엔 전기료 변동이 심해 최대 두 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번 야간 조업으로 최대 35%까지 전기료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기 장기화를 대비해 야간 조업 외에도 원가 절감과 월말 휴동 등 탄력적으로 생산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감산 조치에 동참하는 철강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인천공장 전기로 특별 보수를 진행 중이다. 오는 9월에는 당진공장 전기로 보수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야간 조업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전기로 보수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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