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파동에 ‘비이자이익’ 위축, 공모펀드로 만회…농협은행 6% 판매급증

시간 입력 2024-04-22 07:00:00 시간 수정 2024-04-19 17: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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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공모펀드 판매 잔고 두달간 4.6조원↑
고위험 상품 불신·증시 회복 영향으로 증가세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공모펀드 잔고가 두 달간 크게 늘었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차츰 회복되자 은행들이 공모펀드 판매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은행 17곳의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66조2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2조5068억원) 대비 4조6647억원(6%) 증가한 규모이다.

은행 별로 보면 주요 판매사인 국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판매잔고가 일제히 늘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5조6656억원에서 두 달 만에 6조5785억원으로 16.1% 늘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우리은행이 8조1957억원에서 9조2371억원으로 12.7%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 2.72% 증가한 12조3666억원, 11조1338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 국민은행만 0.33% 증가에 그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업을 전개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통상 공모펀드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연말에 빠졌다 연초 들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모펀드를 구성하는 상품 중 머니마켓펀드(MMF) 쪽으로 자금이 많이 유입돼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지만 5대 은행의 판매잔고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2년여 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1년 말 59조5041억원에서 2022년 2월 58조5596억원으로 1.6% 줄었다. 2022년 말 대비 2023년 2월 판매잔고 역시 오히려 0.8% 감소했다.

예년과 달리 올해 반등한 건 홍콩ELS 대규모 손실로 고위험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자 공모펀드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모펀드는 사모펀드나 파생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상품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아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된다.

게다가 증시가 악화했던 2022년과 달리 자산시장이 다시 회복되면서 투자 대기성 자금이 공모펀드로 이동하며 판매 잔고가 다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공모펀드를 구성하는 상품 중 주식 판매잔고가 1.6% 증가할 동안 단기금융 판매잔고는 19.2% 늘었다.

홍콩ELS 사태로 비이자사업이 다소 위축된 만큼 공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은행장들은 은행이 판매하는 공모펀드에 대해 펀드랩(우량 펀드를 선저해 분산투자해주는 상품)을 허용하고,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일임업 겸영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건의를 참고로 향후 규제완화를 통해 은행산업 발전을 지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차츰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시중 대기성 자금이 MMF로 유입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공모펀드 규제가 까다로워 판매에 제약이 따른다”며 “프라이빗뱅커(PB)와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공모펀드 수탁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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