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삼성·SK, 사실상 비상경영 돌입…‘허리띠 졸라매기’ 재계 확산되나

시간 입력 2024-04-18 17:46:10 시간 수정 2024-04-18 17: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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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주 6일 근무’ 그룹 전체로 확대 적용
글로벌 경영 위기 대한 임원 경각심 높이려는 차원
SK, 24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격주 회의
삼성·SK 쏘아 올린 비상 경영, 재계 확산 가능성↑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 SK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속에 미·중 갈등 과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위기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경영 위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계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에 적용됐던 ‘임원 주 6일 근무’를 그룹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도 이르면 이번주부터 주 6일 근무에 돌입하게 됐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도 조만간 주 6일 근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계열사는 현재 해당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임원 주 6일 근무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조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덮친 반도체 한파로 인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실제로 지난해 모든 분기 적자를 기록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연간 적자는 14조8800억원에 달했다.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개발 및 지원 부서 임원들을 중심으로 주말 근무를 시행하며 반도체 업황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덕분에 DS 부문은 올해 1분기 흑자전환 확실시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사업적으로 보면 DS 부문은 올 1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자리에서 정확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삼성E&A 등 설계·조달·시공(EPC) 3사 임원들도 이미 올해 초부터 주 6일 근무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업계에도 불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104곳으로. 지난해 같은달 333곳 대비 68.7%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폐업 업체는 83곳에서 104곳으로, 25.3% 늘어났다.

이렇듯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일부 계열사에 도입됐던 임원 주 6일 근무가 전 계열사로 확대되면서 삼성그룹이 당면한 경영 환경을 예상보다 더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 유럽, 일본, 대만, 중국 등 주요국 간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촉발된 중동 위기 등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고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주 6일 근무를 통해 눈앞에 닥친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한 전 계열사 임원의 경각심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앞서 SK그룹도 24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며 사실상 비상 경영 돌입을 공식화했다. 현재 SK는 격주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그룹 내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검토·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소속 임원들의 경우 월 2회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 근무제를 반납했다. 그룹 계열사 주요 임원들도 휴무일로 지정된 ‘해피 프라이데이’에 출근 중이다.

임원 스스로 자발적인 쇄신에 나선 곳도 있다. 이석희 SK온 CEO(최고경영자) 사장은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키로 하는 등 책임 경영에 나섰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경영 위기 극복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새해에도 우리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영 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 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옛 한(漢)나라 사상가 동중서(董仲舒)가 무제(武帝)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한 말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그린에너지, AI(인공지능)·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Partnering)해 나간다면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 위기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과 SK가 쏘아 올린 비상 경영 체제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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