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봄’ 도래했다…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6.6조 ‘어닝서프라이즈’

시간 입력 2024-04-05 17:45:00 시간 수정 2024-04-05 18: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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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분기에 지난해 연간 영업익보다 더 벌어
매출액은 71조…전년 동기 대비 11.37% 증가
메모리 업황 개선 따른 DS 부문 실적 회복 덕분
삼성 반도체 사실상 흑자전환…실적 개선 지속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 흑자를 냈다. 세계 첫 AI(인공지능) 스마트폰인 ‘갤럭시S24’가 판매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 반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71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3조7500억원 대비 11.37%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은 오랜만에 7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70조4646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올 1분기 영업익은 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00억원 대비 무려 931.2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영업익 6조5700억원보다도 더 많은 영업 흑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DS 부문은 지난 한해 동안 14조8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을 기록한 DS 부문 영업익은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 등 줄곧 적자 상태를 이어 왔다.

그러나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AI(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실적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실제로 DS 부문은 지난해 상반기 4조원대 중반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하반기 들어 적자 폭을 크게 줄여 나가고 있다.

특히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던 메모리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D램 사업은 이미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1월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했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LPDDR5X, UFS 4.0 등 첨단 공정 제품 위주로 판매가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를 기록했다”며 “특히 D램은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돼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HBM, DDR5 등 고성능 D램이 삼성 반도체 실적 개선을 주도하면서 그간 적자를 기록했던 DS 부문은 올 1분기 흑자전환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사업적으로 보면 DS 부문은 올 1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자리에서 정확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호실적도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을 보탰다.

AI 폰인 갤럭시S24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삼성전자는 경쟁자인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 2월 삼성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잠정치)은 1969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4% 증가한 수치다. 직전월인 올 1월과 비교해선 무려 13%나 늘었다. 반면 올 2월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741만대로, 삼성보다 200만대 적었다.

판매량 기준 삼성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삼성전자에 선두 자리를 내준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18%였다.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글로벌 시장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첫 AI 폰 갤S24 덕분이다. 실제로 갤럭시S24는 출시와 동시에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올 1월 31일 정식 출시된 갤S24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은 출시 28일 만에 10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단 기간 신기록이다. 전작인 ‘갤럭시S23’와 비교하면 약 3주나 빠르다.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을 모두 포함하면 ‘갤럭시 노트10’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갤 노트10은 2019년 정식 출시 당시 25일 만에 100만대가 판매됐다. 갤S24 시리즈는 올 1월 진행된 사전 판매에서도 121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사전 판매 중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갤럭시S24의 흥행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갤S24 시리즈는 인도 시장에서 사전 예약 시작 3일 만에 25만대가 넘게 팔렸다. 지난해 갤S23가 3주 간 기록한 사전 예약 판매량을 단 3일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베트남 매체 인사이드비나는 베트남 휴대폰 판매점 지동비엣의 풍 프엉 대표를 인용해 ”갤럭시S24 시리즈 사전 예약률이 전작인 갤S23 시리즈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며 “이 중 87%는 갤S24 울트라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뜨거운 갤S24 열풍에 힘입어 삼성은 5개월 만에 판매량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게 됐다.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한 갤S24의 높인 인기에 힘입어 MX사업부는 수익성을 대폭 제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00억원을 냈던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DA(생활가전)사업부는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판매 확대 등으로 실적을 소폭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삼성전자는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의 실적 회복을 선도하는 것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AI 열풍으로 인해 급증하는 HBM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HBM 실물 제품을 공개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은 지난달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 12H 실물을 선뵀다.

그동안 HBM 경쟁에서 SK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 온 삼성전자는 올 2월 27일 24Gb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구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TSV는 수천개의 미세 구멍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적층된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삼성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3GB 용량인 24Gb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현존 최대 용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은 AI 경쟁의 첫 번째 대전에서 SK에 뒤처졌다”면서도 “그러나 삼성은 재정 및 기술적 역량을 발휘해 SK를 따라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HBM3E를 양산하기 시작하면 이전 세대 HBM처럼 1년이 아닌 1개 분기 정도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것이다”고 전망했다.

증권 업계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정원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HBM3E 양산 준비가 올 2분기 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H 인증을 획득한다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져 향후 실적 개선을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긍정적인 분석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HBM 경쟁 우위를 서둘러 확보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선두 자리를 되찾는다는 포부다. 경 사장은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적층 제품을 올 상반기 중 양산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며 “‘미래 반세기를 여는 성장의 원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2~3년 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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