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차세대 메모리 1위 굳힌다”…SK하이닉스, 미국에 5.2조 HBM 공장 건설

시간 입력 2024-04-04 17:30:00 시간 수정 2024-04-04 17: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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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디애나주에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거점 건립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 양산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기대…세계 1위 HBM 업체 위상 제고
최태원 투자 약속 현실화…“AI 반도체 공급망 활성화 주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차세대 HBM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AI 반도체 최대어인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는 미 반도체 생산라인 확충을 통해 세계 1위 HBM 공급 업체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진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4일 밝혔다. 미 현지에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3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소재한 퍼듀대에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 미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투자 협약식을 열고, 해당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에릭 홀콤 미 인디애나주지사, 토드 영 미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아라티 프라바카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아룬 벤카타라만 미 상무부 차관보, 멍 치앙 퍼듀대 총장 등 미국측 인사와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 김정한 주시카고 총영사 등 한국측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또한 SK에서는 유정준 SK 미주 대외협력 총괄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최고경영자), 최우진 P&T담당 부사장 등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SK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2141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설립된 인디애나공장은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또한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디애나공장을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인디애나주에 건립되는 생산 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가 미 현지에 생산 설비를 마련키로 한 것은 날로 늘어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챗GPT 확산에 따른 AI 열풍으로 인해 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중요성 또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미국 투자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을 통해 300억달러(약 40조4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150억달러(약 20조2200억원)를 패키징공장 등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고객사가 미국에 모여 있다는 점도 SK의 이번 미국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는 AI 분야 빅테크가 집중 포진해 있고, 첨단 후공정 분야 기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미국에 대한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를 결정하고, 적합한 부지를 물색해 왔다. 다양한 후보지를 검토하던 중 인디애나주 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반도체 등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있다는 점도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SK의 대규모 투자 발표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홀콤 주지사는 “인디애나주는 미래 경제의 원동력이 될 혁신적인 제품을 창출하는 글로벌 선두 주자다”며 “SK하이닉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장기적으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를 비롯한 지역 사회를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영 상원의원은 “SK하이닉스는 곧 미국에서 유명 기업이 될 것이다”며 “미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인디애나는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SK하이닉스가 우리의 첨단 기술 미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프라바카 실장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의 투자가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치앙 총장은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 분야의 글로벌 개척자이자 지배적인 시장 리더다”며 “이번 혁신적인 투자는 인디애나주와 퍼듀대가 가진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미국 내 디지털 공급망을 완성하는 기념비적인 일이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한·미 동맹을 통해 오늘날 한·미 양국이 견고한 경제 협력을 이루게 됐다”며 “이번 투자 및 첨단 패키지 R&D 협력을 통해 한·미 양국 모두 중요한 첨단 기술 역량을 증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HBM 생산 공장을 해외에 처음 짓는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공장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당장, 미 현지 생산라인 구축을 통해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한층 더 두터워질 전망이다.

실제 초고성능 AI용 메모리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에 이어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사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세계 최초로 양산, 공급하는 HBM3E는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메모리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에 달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특히 효과적으로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MR(매스 리플로우)-MUF(몰디드 언더필) 공정이 적용됐다. 이에 열 방출 성능은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됐다.

SK하이닉스의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전체를 한 번에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NCF(비전도성 접착 필름) 방식과 비교해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강력한 성능의 HBM3E을 앞세워 SK는 전 세계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과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HBM 공급 파트너로 등극한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건설되는 반도체 공장을 통해 차세대 HBM을 적기에 납품하고, 글로벌 톱티어 HBM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 뿐만 아니라 기존에 계획된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추진키로 했다. 120조원이 투입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내년 3월 첫 팹을 착공해 2027년 초 완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실증, 평가 등을 지원하는 ‘미니 팹’도 건설할 계획이다. 미니 팹은 반도체 소부장 등을 실증하기 위해 300mm 웨이퍼 공정 장비를 갖춘 연구시설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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