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인도 가전시장 공략 ‘광폭행보’…“‘포스트 차이나’, 새 길 열렸다”

시간 입력 2024-03-25 17:48:17 시간 수정 2024-03-25 17: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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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인도 내 판매 거점 확대…프리미엄·B2B 정조준
R&D·생산 시설도 구축…중국 대체할 ‘이머징 마켓’ 부상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삼성 BKC 매장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인도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도에서 판매 접점을 늘리면서 현지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는 인구 14억에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반으로, 각 산업분야별로 중국을 대체할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삼성 BKC’ 매장을 방문하고,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삼성 BKC는 삼성전자의 가전, TV, 모바일 등을 판매하는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이다. 올 1월 뭄바이의 고급 상업지구 반들라 쿨라 콤플렉스에 있는 ‘지오 월드 플라자’에 732㎡ 규모로 조성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프리미엄 체험 공간을 운영해 왔는데, 인도에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개방형 협업 모델을 통해 모든 소비자에게 인공지능(AI)와 초연결성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인도는 AI의 차세대 놀이터이고, 삼성 BKC 매장은 삼성전자의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구현한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한 곳”이라며 “삼성전자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 6월 인도 노이다 공장을 찾아 가전제품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도 인도 내 B2B (기업간거래) 가전 시장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인도 첸나이에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신설했다. 노이다·뭄바이·벵갈루루에 이어 인도에 개설된 네 번째 BIC다. BIC는 병원, 학교, 사무실 등에 특화된 제품을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B2B 쇼룸이다.

B2B 사업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분야다. LG전자는 앞서 비하드웨어(Non-HW), 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동력을 기반으로 2030년 매출액 100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B2B 인도사업실을 B2B인도사업담당으로 격상하면서, 인도 B2B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인도 가전 시장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도의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14억2800만명)으로 부상하면서, 가전·스마트폰 부문에서 잠재적 구매력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인도 가전 시장 규모가 2018년 109억 3000만달러(약 14조6800억원)에서 2025년에는 210억 3800만달러(약 28조254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파른 경제 성장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4%로 지난 2022년 2분기(13.5%) 이후 가장 높았다. 인도 정부는 이번 발표를 바탕으로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3%에서 7.6%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의 인도 법인 매출액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매출 12조2226억원, 순이익 1조15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6조1805억원) 대비 6.0% 줄었지만, 순이익은 전년(509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 매출 3조3009억원, 순이익 2313억원을 거뒀다. 2022년 매출 3조1880억원, 순이익 2128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3.5%, 8.7%씩 증가한 수치다.

미·중 갈등과 중국 현지 기업들의 공세로 중국 시장 매출액이 둔화하면서 인도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42조2007억원으로 전년(54조6998억원) 대비 2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중국 매출은 2조5418억원으로 전년(2조6395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양사는 인도 내 판매 거점 뿐만 아니라, 생산기지,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도에 스마트폰, 가전 생산 공장 2곳과 R&D센터 3곳, 디자인센터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R&D 조직을 신설하고, 벵갈루루에 두 번째 반도체 R&D 센터를 개소했다.

LG전자는 현재 노이다와 푸네에 생산기지를, 벵갈루루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두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LG전자의 시스템에어컨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이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인도 냉난방공조(HVAC)시장 공략에 나섰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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