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 반도체 제재 수위 더 높인다…반도체 장비·부품통제 기조에 삼성·SK ‘화들짝’

시간 입력 2024-03-22 16:36:25 시간 수정 2024-03-22 16:45:3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미 상무부 차관 “반도체 장비 서비스·부품 수출 제한”
“동맹국에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도입토록 설득 중”
중국 의존도 큰 삼성·SK,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비상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 제조 장비에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 판매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동맹국으로 하여금 이같은 대중 제재를 도입할 것도 독려하고 나섰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려는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사업 비중이 큰 K-반도체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가 어려워지면 삼성·SK의 칩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현지시간으로 21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동맹국들이 미국과 유사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과 동맹국 기업 간에 ‘동등함(parity)’을 달성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시행 전에 중국에 수출된 장비의 서비스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부품 문제도 다루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 부품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고, 동맹국들도 동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맹국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동맹들과 워낙 많은 대화를 나눠 항공사 마일리지를 엄청나게 쌓고 있다”는 농담도 했다.

안팎에서는 중국이 기 보유한 반도체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미국 반도체 업계는 다른 국가의 반도체 업체들이 여전히 중국에 반도체 장비 운영에 필요한 유지·보수 서비스와 부품 등을 판매할 수 있어 미 기업이 불리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미 정부는 2022년 10월 자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막은 뒤 네덜란드와 일본에 비슷한 수준의 수출 통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했다. 실제 네덜란드와 일본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미국은 국내 업체들에도 대중 제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만약 미국의 수출 제재가 서비스·부품까지 확대 적용되면 중국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반도체를 양산해 온 주요 반도체 업체까지 악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 반도체공장 내 장비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지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수위를 확대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반도체가 피해를 입을 위기에 처했다”며 “반도체 장비 서비스 및 부품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반도체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당장, 중국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한파가 차츰 걷히고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중국 생산라인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고,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공장을 인수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SK 등 K-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생산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지난해 7월 발표한 SK하이닉스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대응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SK는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 기반을 조정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 상당 수준의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SK로서는 ‘탈중국’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사업을 당장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며 “미국의 대중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중국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한편 K-반도체는 미국의 대중 제재에 적극 협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외교위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한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들이 중고 반도체 제조 장비를 더 이상 중국에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미국은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품목과 지원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더 단속하기 위해 핵심 동맹국 및 파트너사와 협력·공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선상에서 동맹국과 파트너사가 중국과 다른 국가들의 위협을 인식하고 반도체와 다른 신흥 기술과 관련된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 법 체계를 통해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어 고무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