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50만원으로 높여라”…이통 3사, 방통위원장 회동 앞두고 ‘초비상’

시간 입력 2024-03-21 17:21:24 시간 수정 2024-03-21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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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김홍일 방통위원장-이통 3사 CEO 회동
번호이동 지원금 ‘50만원 상한선’ 반영 여부 촉각
‘지원금 확대’ 정부 강압에…“심도 있는 논의 필요”

<출처=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첫 회동을 앞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보조금 확대 요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보조금 정책 폐지로 번호이동시 최대 50만원대의 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진 만큼,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대거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갑자기 너무 높일 경우 재정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22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김 위원장 취임 후 첫 회동으로, 이 자리에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는 번호이동시 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줄 수 있도록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고시) 제정을 행정예고했다. 고시안에 따르면, 번호이동시 이통사가 50만원 이내에서 위약금, 심(SIM) 카드 발급 비용 등을 전환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5만~13만원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KT가 최대 13만원, SKT가 12만원, LG유플러스가 10만원을 지원한다. 다만, 최대 지원금을 받으려면 월 10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KT 고객은 월 13만원 요금제, SKT는 월 12만5000원, LG유플러스는 월 10만5000원 요금제를 써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나 유통업계에서는 전환 지원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 21일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이 방문한 서울 강남구 소재 이동통신 유통점의 점주는 “최근 전환지원금 지급 발표 후 고객들도 관심을 많이 갖는다”면서도 “다만 30만원 이상은 돼야 효과가 있을텐데 아직은 금액이 모자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위원장도 “최대 50만원까지 전환지원금이 책정은 돼 있지만 아직 5만~13만원 선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유통사 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금액도 조금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속히 단통법을 폐지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해 단말기 구입비용 경감 혜택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법 폐지 전이라도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출처=방송통신위원회>

정부는 현재 전환지원금을 시장에서 체감될 정도로 확대하기 위해 이통 3사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방통위가 SKT·KT·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애플 임원을 불러 전환지원금 관련해 협조를 당부했다. 같은날 대통령실도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적 고통이 가중된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당사자인 이통사들은 전전긍긍 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항이라 협조는 하겠지만, 당장 보조금 상향에 따른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디에서 충당할 지 난처한 상황이다. 실제 이통사 내부에서는 단순히 마케팅비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회계 재정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21일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원금 상향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무 부담”이라며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또 “(전환지원금이)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의 실제 통신비는 올라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전환지원금을 받고 통신사를 옮길 경우 발생하는 장기가입 혜택 상실이나 고가폰만 선호하는 ‘폰플레이션’  현상이 다시 재발 하면서,  실제 통신비 지출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이미 오래전에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보조금 상한성을 획정하고 이통사들이 출혈경쟁에 나서줄 것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이통 3사는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통신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면서도, 어느 수준에서 보조금 수위를 결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로 전환지원금 확대를 주문한 것인 만큼 기업에서도 협조할 것”이라 면서도 “경쟁이 심화될 경우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또한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빨라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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