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차 집회에 사측 무응답”…추가 단체행동 나서
카카오엔터 등 구조조정 계열사 돌며 ‘우산시위’
“추후 단체협약서 사과·대책 요구…파업까지 고민할 것”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김범수는 사과하라.”
카카오 노동조합이 2차 단체행동에 나섰다. 노조가 지난달 진행한 1차 집회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사과와 고용불안 해소를 촉구했지만, 사측이 이에 대해 무응답으로 나서면서 추가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7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 앞 광장에서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카카오아지트를 시작으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엑스엘 게임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앞을 지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노조원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흰 우산에 ‘책임·소통·사과’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무더위 속 약 40분간 걸으며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김범수는 사과하라’, ‘경영실패 책임 떠넘기지 말고, 고용안정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날 가두시위에 앞서 “사회적 약속, 회사 실적, 주가와 대표의 보수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올 상반기 IT업계 CEO 보수 1위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약 100억원에 가까운 보수을 받았다”면서 “또한 기업 내 보수 2위는 올 초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경영이 어렵다며 희망퇴직을 실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진수 각자대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바로 무책임 경영의 실상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경영 실패로 사퇴한 백상엽 전 대표는 회사의 고문으로 재계약해 다시 급여를 받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은 계열사 이동, 이직, 희망퇴직으로 내몰리고 있어도 사과 한마디 없으면서, 경영진의 고용은 보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 지회장은 ‘일방적 리더십’, ‘탐욕’, ‘불통’이라고 적힌 박스를 발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행진을 마친 후 서 지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주 내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에 대한 감사 요구서를 공문 형태로 전달할 것”이라며 “감사위원회에 계열사에 대한 경영 감사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고문 계약이 적절한지부터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모든 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고문 계약을 통해 급여를 계속 받는다는 것은 도의적 차원에서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사측이 이번 감사 요청까지도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8월 말~9월 초에 예정된 단체협약에서 교섭을 통해 재차 요구할 방침이다. 서 지회장은 “회사가 해결 의지를 보인다면 (단체협약 이후까지)시간을 더 가질 수도 있다”면서도 “단체협약이 결렬될 경우 파업을 비롯한 추가 단체행동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또한 컨트롤 능력의 부재가 초래한 문제”라며 “절차나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의 2차 행동에 대해 카카오 측은 “열린 자세로 성실히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1차 집회 이후 이어진 1인 피켓 시위 등을 이날부로 잠정 중단하고 이달 말까지 사측의 응답을 기다릴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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