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모셔라”…증권사, 리테일 채권 판매 ‘급부상’

시간 입력 2022-12-26 07:00:09 시간 수정 2022-12-23 18: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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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장외 채권 순매수액 20조…전년比 5배↑
증권사, MTS 재정비·채권 소액투자 등 편의성 제고

올해 증권사들의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기준금리 상승과 증시 부진 등으로 인해 채권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시간 채권 순매수액은 20조3177억원으로 지난해 4조5675억원 대비 5배 가량 늘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채권 수요가 증가한 것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쪼그라든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실제로 21일 기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10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1085억원) 대비 44.0% 급감했다.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월 11일(44조4338억원)과 비교하면 88.5% 가량 빠진 수준이다.

채권 수요가 늘어난 것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채권의 금리도 단기간 급격하게 상승하며 개인 고객과 일반법인 고객의 채권 매수가 몰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연초 연 1%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11월 기준 연 3.25%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는 연 4%, 회사채 금리는 연 5%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채권시장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하락 시 채권가격은 상승하고, 금리 상승 시 채권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특히 만기가 길고 표면이율이 낮은 채권일수록 가격이 더욱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변동성이 적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수취 매력도가 높아진 채권이 고객들의 주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자 증권사들의 리테일 채권 판매액도 증가했다. 이에 증권사들 역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하는 등 채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

우선 KB증권은 고객들의 채권 매매 편의성 증대를 위해 올해 초 KB증권 대표 MTS ‘M-able(마블)’과 HTS ‘H-able(헤이블)’의 매매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이어 국고채, 국민주택채권 등 다양한 만기의 국채를 최소 수량 제한없이 액면 1000원부터 매수할 수 있도록 온라인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KB증권의 11월 말 기준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15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KB증권의 지난해 연간 리테일 채권 판매액인 9조5000억원보다 58% 이상 증가한 수치다.

KB증권 관계자는 “최근 노후자금 등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니즈와 향후 금리 하락 시 발생할 수 있는 양도차익을 겨냥하는 니즈가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채권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 편의성 증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의 리테일 채권 판매액은 지난달 말 기준 15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카드채, 캐피탈채와 같은 금융채를 중심으로 한 원화채권 판매금액이 2달 만에 6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리테일 고객의 자금이 채권 투자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MTS ‘신한알파’ 앱을 통해 △일반 장외채권 △조건부자본증권 △단기사채 △미국국채 △브라질 국채를 아우르는 다양한 채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상품 다양화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편의성을 높인 점도 판매량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한알파 앱을 통해 고객은 디지털 전담PB와 관련 상품을 상담 받을 수 있다. 직접 채권 투자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투자 시 받게 되는 이자 금액과 투자 수익률을 조회할 수 있게 해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채권 소액투자가 가능해진 것도 리테일 채권 판매액을 증대시킨 영향으로 꼽힌다. 특히 채권 소액투자의 첫 발을 뗀 삼성증권의 리테일 채권 판매액 역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서 개인투자자가 온라인으로 매수한 채권 규모는 지난달 11일 기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매수규모인 2000억원 대비 약 11배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온라인 채권개미의 건당 투자금액은 ‘1000만원 이하’가 과반 이상인 56%로, 소액투자자가 온라인 채권 투자 트렌드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일찍이 채권투자 대중화를 위해 편리한 온라인 채권 매매시스템을 갖추고 채권 최소 투자금액을 낮추는 등 서비스 개편을 지속해왔다. 특히 9월에는 해외채권도 모바일 매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론칭하고, 최소 투자금액도 기존 1만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채권투자 매수세가 급증한 것은 자산관리 관점에서 증권사를 이용하는 온라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에 발맞춰 앞으로도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투자대안을 발빠르게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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