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지경초] 철강업계, 상고하저 흐름 뚜렷…내년도 수요 부진 전망

시간 입력 2022-12-08 07:00:01 시간 수정 2023-02-01 1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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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철강 수요 부진에 포스코·현대제철 영업이익 급감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 18억1500만톤,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쳐
국내 조선 수요 견조 속 자동차·가전·건설 수요 부진 전망

'상고하저'(상반기 좋고, 하반기 낮다.)

올해 철강업계는 웃다가 울었다. 상반기까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철강 수요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부터 수요가 부진하고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실적 부진이 나타났다. 여기에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까지 겹치며 하반기 철강업계를 곤혹에 빠뜨렸다. 9월에는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 피해가 나더니 현대제철은 노조 파업까지 이어졌다.

태풍 '한남노'에 이어 노조 파업까지, 연말 철강업계를 우울하게 한 소식들이다. 아쉽게도 내년에 웃음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철강 수요 부족의 징조를 보이는 탓이다. 

◇포스코·현대제철, 상반기 웃고 하반기 울고

올해 철강산업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까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철강 수요가 이어지면서 판매 호조, 가격 상승이 나타났지만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같은 악재는 국내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재무제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영입이익이 악화한 것이다. 포스코는 상반기까지 2조52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조681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은 3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2960억원 대비 무려 82.7%나 급감했다.

현대제철도 상반기 1조51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8492억원 대비 78,9%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 373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8262억원보다 54.9%가 크게 감소했다.

철강업계 상고하저 현상은 가격 협상에서도 나타났다.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조선업계와의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톤당 10만원 가격 인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인하가 이뤄질 전망인데 아직까지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유로 하반기에 톤당 20만원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톤당 10만원 수준 인하로 맞서고 있다. 서로 인하폭을 놓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하반기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가전용 컬러강판도 4분기 들어 톤당 6만원이 인하되기도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침수 피해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쳐

올 상반기 철강업계 경영지표 상승세에 쇄기를 박은  것은 태풍 힌남노다. 힌남노는 역대 최대 파괴력을 자랑한 태풍이다. 지역사회를 덮치며 포스코의 침수 피해를 야기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면서 가동 중지에 들어갔다. 고로와 전기로는 물론 압연공장까지 모두 침수 피해를 입어 전체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포스코는 복구 노력 끝에 고로와 전기로 가동을 재개했으나 아직까지 압연공장은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안으로 18개 압연공장 중에 15개 압연공장 복구를 마무리하고 내년 2월까지 나머지 3개 공장에 대해서도 복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침수로 인한 피해 규모도 컸다. 포항제철소 생산·판매 감소 영향으로 2221억원, 재고 손실 등 일회성 비용 1860억원, 포항지역 사업회사들의 일부 설비 피해로 274억원 등 총 4335억원의 영업손실이 3분기에 반영됐다. 4분기에도 최대 3000억원의 복구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포항제철소는 올해 연말까지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며 “현재 복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계획대로 복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의 노조 파업까지 불거지면서 철강업계 침체 그림자를 길게 만들었다.

현대제철은 노조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간 게릴라성 파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생산에 일부 영향을 받으면서 제품 출하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사는 지난 11월 24일 첫 상견례를 가지면서 노조도 파업을 멈췄지만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철강도 친환경…동국·세아 등 친환경 제품 개발·브랜드 론칭

철강업계는 올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동국제강은 지난 11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매스를 60% 이상 사용한 친환경 컬러강판 ‘럭스틸 BM-PCM’을 개발했다.

바이오매스는 재활용 가능한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열분해 발효시켜 만든 원료로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친환경 원료다. 동국제강은 바이오매스 함량을 63%까지 높여 탄소 저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존 바이오매스 컬러강판은 30% 함량이 최대였다.

동국제강은 강판에 색과 기능을 입히는 도료의 석유계 성분 ‘용제’와 ‘수지’ 모두 바이오매스를 적용해 함량을 확대했다. 동국제강은 기존 석유계 도료 기반 제품 대비 탄소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 제품 개발로 친환경 컬러강판 라인업을 확장했으며 향후에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친환경 브랜드를 강화했다. 포스코는 지난 11월 친환경 통합브랜드인 ‘그리닛(Greenate)’을 론칭했다. 그리닛은 기존 3대 친환경 브랜드인 이오토포스(e Autopos), 이노빌트(INNOVILT), 그린어블(Greenable) 제품은 물론 친환경 이차전지소재와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저탄소 친환경 철강 생산을 위한 노력과 제품을 포괄하는 브랜드다.

포스코는 향후 그리닛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알리는 대내외에 체계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세아그룹에서는 친환경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수소와 우주항공 등에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소 산업에서 소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자회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이 지난 7월 수소기업 협의체에 가입했다. 수소 산업에 사용되는 밸브, 파스너, 강관 등 제품 생산에도 나선다. 또 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 6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의 협약을 맺고 항공기용 압출소재와 단조소재 부품 국산화에도 착수했다.

현대제철의 1.0GPa급 저탄소 판재가 적용된 자동차 부품.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의 1.0GPa급 저탄소 판재가 적용된 자동차 부품. <사진제공=현대제철>

◇ 탄소중립도 부담… 주요 업체 기술 개발로 대응

글로벌 사회가 추진 중인 ‘탄소넷제로’ 역시 업계에 부담이 됐다.  올해도 철강업계 내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다. 

먼저 포스코는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탄소 배출 없이도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구축을 위해 지난 8월 영국 플랜트 건설사인 프라이메탈스(Primetals)와 하이렉스 데모플랜트 설립을 위한 공동 엔지니어링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2028년까지 데모플랜트를 완공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검증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 10월에는 하이렉스 연구개발 파트너십 결성 계획을 발표하고 참여사를 모집하기도 했다. 철강사·원료사·엔지니어링사 등 관련 업체와 하이렉스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데모플랜트 조업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여러 회사가 관심을 보이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데 이를 발전시켜 고철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해 고급판재류를 생산한다는 게 현대제철의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통한 1.0GPa(기가파스칼)급 고급 판재 시험생산 및 부품 제작에 성공하면서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30% 이상 줄이는 게 가능해졌다.

◇내년 철강 수요도 부진 예상

'철강업계의 먹구름은 내년을 걷힐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내년 철강업계는 수요 부진에 시달릴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정책, 유럽의 에너지 위기, 중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철강 수요 부진 전망의 요인이다.

세계철강협회(WSA)는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철강 수요가 전년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월에는 1% 증가하는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향 조정된 전망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18억1500만톤으로 올해 17억9700만톤에 비해 1800만톤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철강 수요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내년 철강 수요는 올해와 같은 9억1400만톤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내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의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보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조선용 후판 수요가 조선 수주 증가로 늘어나겠지만 자동차, 가전, 건설 등 다른 수요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전체적인 철강 수요는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철강 경기 침체를 촉발했던 요인들이 2023년에도 이어지면서 국내외 철강 수요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고금리와 고환율, 에너지 위기 등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어 철강 경기 하방 압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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