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1년, ‘쩐의 전쟁’ 오히려 줄었다…“보조금 경쟁 줄고, 신사업 투자 늘려”

시간 입력 2026-09-08 17:06:28 시간 수정 2026-09-08 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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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월평균 번호이동 33만5063명…폐지 전보다 소폭 감소
보조금 경쟁 대신 결합·기변 혜택으로 기존 고객 붙잡기
AI·B2B 투자 확대에 마케팅비 ‘가입자 쟁탈전’ 유인 약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통 3사의 평균 월간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33만5063명으로, 폐지 전 1년 평균인 33만5914명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보조금 경쟁을 되살리겠다며 단통법을 폐지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 쟁탈전은 오히려 더 잠잠해졌다. 통신 3사가 막대한 마케팅비를 들여 경쟁사 고객을 빼앗기보다 결합상품과 기기변경 혜택 등으로 기존 가입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전략으로 선회한 때문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의 신사업 집중과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 주기까지 맞물리면서 규제 완화가 번호이동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통 3사의 평균 월간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33만5063명으로, 폐지 전 1년 평균인 33만5914명 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단통법 폐지 효과가 미미한 가장 큰 이유는 통신사들의 경쟁 방식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때문이라는 평가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해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전략이 크게 후퇴한 실정이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무선 가입자 쟁탈전에 비용을 쏟기보다 수익성을 관리하면서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 통신 3사의 마케팅 무게중심도 ‘가입자 유치’에서 ‘가입자 유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단말기 반납과 기기변경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 스마트폰 교체 시점까지 고객을 묶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멤버십·AI 서비스를 요금제와 결합해 고객당 이용액과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일회성 지원금을 더 얹어 번호이동을 끌어내기보다 고객생애가치(LTV)를 높이는 전략이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커진 셈이다.

<출처=CEO스코어데일리>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원금만 보고 통신사를 바꾸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족결합, 카드·멤버십 혜택 등이 이동통신과 촘촘하게 묶이면서 회선을 하나 옮길 때 포기해야 하는 혜택이 많아졌다. 번호이동으로 받는 단말기 지원금이 이 같은 ‘전환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면 기존 통신사에 남는 편이 유리하다.

제조사 측에서도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대규모 지원금 경쟁을 촉발할 유인이 과거보다 줄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프리미엄 단말 비중이 높아지고 자급제·온라인 판매가 커지면서 단말 판매와 이동통신 가입의 결합도 느슨해졌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동시에 보조금 재원을 늘려 번호이동을 자극하던 과거의 시장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것도 번호이동의 기회를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은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반면 출고가는 높아져 소비자가 새 단말로 갈아타는 주기가 과거보다 길어졌다. 약정 만료와 단말 교체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번호이동을 검토하는 횟수 자체도 줄어든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말기 교체 시점에 지원금을 앞세워 경쟁사 가입자를 데려오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결합상품이나 자급제 이용이 늘면서 보조금만으로 고객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며 “단통법 폐지로 규제는 풀렸지만 시장 환경 자체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번호이동 경쟁이 예전처럼 확대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번호이동 고객을 확보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줄이고 요금제·콘텐츠·AI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오래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사업자 입장에서도 효율적”이라며 “최근 마케팅도 단기적인 보조금 경쟁보다는 고객생애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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