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ID.4 프로, 화려함 대신 완성도 택한 전기 SUV

시간 입력 2026-09-07 07:00:00 시간 수정 2026-09-08 06: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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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 기반 주행 안정성·실전 전비로 증명한 완성도
좁은 회전 반경과 탄탄한 하체…실측 전비 뛰어나
순정 내비 부재 아쉽지만…기본기로 지킨 존재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국내 전기 SUV 시장은 이제 높은 마력과 대형 디스플레이, 주행보조 기능을 겨루는 각축장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폭스바겐 ID.4는 반대편에 서 있다. 눈길을 끄는 사양이 아닌, 주행의 기본기와 효율을 전면에 내세운다. 최근 이 차를 시승하며 확인한 것은 ID.4가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3년 넘게 꾸준한 수요를 유지해 온 배경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ID.4는 국내에서 기본형 프로 라이트(Pro Lite)와 상위 트림 프로(Pro) 두 가지로 판매된다. 두 트림의 파워트레인 성능은 같고, 프로에는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와 에르고액티브 컴포트 시트, 30컬러 앰비언트 라이트 등 편의 사양이 더해진다. 가격은 프로 라이트 5299만원, 프로 6041만원이다. 여기에 수입 승용 전기차 가운데 최대 수준인 432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책정됐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 편차가 크며, 이를 더한 실구매가는 프로 기준으로 지역에 따라 5000만원대 초중반까지 낮아진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55.6kg·m를 내는 영구자석 동기모터에 82.8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은 후륜구동 구성이다.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ID.4의 디자인 언어는 과하지 않다.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 대신 완만하게 흐르는 곡면으로 차체를 다듬었고, 좌우 헤드램프를 잇는 프론트 LED 라이트 스트립과 3D LED 리어 램프가 전동화 모델임을 드러낸다. 군더더기를 없앤 이 설계는 성능을 위한 선택이다. 공기저항계수를 0.28Cd까지 낮춰 효율과 주행거리 향상에 직접 기여한다. 4585mm 길이의 준중형급 SUV 체격이지만, 넓은 트레드와 짧은 오버행 덕에 실물은 수치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주행 중 체감한 강점 중 하나는 회전 반경이다. 후륜구동 특성상 앞바퀴의 조향각을 크게 확보할 수 있어 회전 반경이 짧은 편이다. 좁은 골목이나 지하 주차장에서 한 번에 방향을 트는 감각이 세단에 가깝다. 덩치를 잊게 만드는 이 민첩함은 시승 내내 가장 자주 느낀 장점이었다.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실내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운전대 뒤에 작은 디지털 계기반을 두고, 대시보드 중앙에 12.9인치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올렸다. 도어의 윈도우 스위치를 터치식으로 통합하고 헤드라이트 조작부를 스티어링 휠 주변에서 걷어내 물리 버튼을 깔끔하게 정리한 점이 인상적이다.

문제는 내비게이션이다. 이 차에는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되지 않아 스마트폰을 연결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써야 한다. 무선 앱커넥트를 지원하는 만큼 연결 자체는 매끄럽지만, 경로 안내부터 음성 검색까지 핵심 기능을 휴대폰에 의존해야 하는 방식은 6000만원대 수입 SUV의 완성도로는 아쉽다. 정교한 순정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국산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이런 한계는 더 두드러진다.

공간은 넉넉하다. 축간거리 2765mm를 바탕으로 1열과 2열 모두 여유가 있고, 기본 543L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2열 레그룸은 성인 남성이 장거리를 이동해도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반면 후륜구동 MEB 플랫폼의 구조적 한계로 앞 트렁크(프렁크)가 없다. 충전 케이블을 상시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실사용에서 체감될 만한 단점이다.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ID.4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난다. 폭발적인 출력은 아니지만, 후륜에 배분되는 힘은 일상 영역에서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차체의 기본기가 탄탄하다. 노면의 굴곡을 하체가 차분히 걸러내고, 고속으로 갈수록 접지력이 살아난다. 시속 100km를 넘긴 구간에서도 차체가 노면에 낮게 깔리는 듯한 안정감을 유지했다.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후미가 흐트러지지 않는 거동은 독일 브랜드 특유의 세팅이다.

승차감은 단단한 쪽에 가깝다. 다만 딱딱하지 않고, 요철을 넘을 때의 충격을 짧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정숙성도 우수한 편으로, 전기 모터가 만든 고요함 위에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잘 억제했다.

효율은 이번 시승의 백미였다. ID.4의 공식 복합 주행거리는 424km, 복합 전비는 4.9km/kWh다. 실제 도심과 고속도로를 섞은 주행에서는 5.9km/kWh를 기록했다. 공인 수치를 20%가량 웃도는 결과로, 회생제동 제어와 공력 설계가 실제 효율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전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게 이 대목은 확실한 이점이 된다.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냉정하게 보면 ID.4가 처한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800V 기반 초고속 충전과 익숙한 조작계, 촘촘한 국내 서비스망을 경쟁력으로 앞세운다. ID.4의 충전 속도와 순정 내비게이션 부재는 이들과 직접 비교될 때 약점이 된다.

수입 전기차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테슬라 모델Y로, 3만7925대가 판매되며 단일 모델 1위에 올랐다. 신형 모델Y 롱레인지는 국내 인증 복합 주행거리 523km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약 4.8초로, 주행거리와 성능 모두 ID.4를 앞선다. 여기에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가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럼에도 ID.4는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여기에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올해 상반기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에서 전기차가 45.5%(8만3928대)를 차지하며 수입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급격히 이동했다. 전기 SUV 수요가 두터워진 가운데 ID.4는 성능 대신 완성도 측면에서 소비자를 공략한다.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폭스바겐 ID.4 프로.<사진=김병훈 기자>

ID.4는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모델이다. 2022년 첫 출시 당시 2주 만에 초도 물량을 완판했고, 2024년에는 유럽 브랜드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꾸준한 인기의 비결은 시승 내내 확인한 그대로다. 탄탄한 하체와 고속 안정성, 인증 수치를 뛰어넘는 전비, 체급을 잊게 하는 몸놀림 등 숫자로 드러나지 않지만 매일 운전하며 체험하는 요소들이다.

요컨대 ID.4는 ‘스펙으로 사는 차’가 아니라 ‘타보고 사는 차’에 가깝다. 순정 내비게이션의 부재와 프렁크 미적용이라는 명확한 약점을 안고도 이 차가 시장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결국 독일식 기본기에 대한 신뢰다. 최고출력이나 주행거리 숫자를 최우선에 두는 소비자라면 다른 대안도 많다. 그러나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완성도, 예측 가능한 움직임, 실전에서 배신하지 않는 효율을 중시한다면 ID.4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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