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자율주행차 사고, 현행 손해배상 틀은 유효”…구상 체계 정비가 관건

시간 입력 2026-08-10 17:43:09 시간 수정 2026-08-10 17: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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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아 보험硏 실장 ‘선보상 후 구상’ 체계 정교화 필요
새 법안 책임 주체, 기존 법체계와 정합성 확보 과제

황현아 보험연구원 보험법제연구실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 : 사고책임과 국민안전 체계는 준비됐나’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사고 책임을 둘러싼 법체계를 새로 설계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이 ‘운전’이 아닌 ‘운행’을 기준으로 책임을 규정하고 있어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맡더라도 차량 소유자의 운행자 책임과 자동차보험 체계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 이후 자동차보험으로 피해자를 우선 보상한 뒤 실제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체계를 정교화하고, 새 법안의 책임 주체 개념을 기존 법제와 조화시키는 작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보험법제연구실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 사고책임과 국민안전 체계는 준비됐나’ 세미나 토론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책임을 정하기 전에 먼저 현장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함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주행차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고를 100% 방지할 수는 없고,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을 통해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인자율주행차 사고의 경우 제도의 공백으로 인한 현장 대응의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실장은 현행 자배법 체계가 자율주행 사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구조임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자배법은 자동차 사고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차량 소유자에게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엄격한 ‘운행자책임’을 부과하는 구조다.

그는 “자동차 소유자는 자신이 직접 운전을 했든, 운전기사를 고용해서 운전하게 했든,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했든 모든 경우에 자배법상 운행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며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는 경우에도 현행 자배법상 운행자책임과 자동차보험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결론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황 실장은 “이런 결론은 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대륙법계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들 국가 역시 자동차 사고에 대해 소유자·보유자에게 엄격책임을 부과하고 자동차보험이 책임 이행을 담당하는 체계를 갖고 있으며, 이 구조는 자율주행 사고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자동차사고 피해 구제를 위한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는 이미 운전이 아닌 운행을 중심으로 마련돼 있고, 자율주행차 상용화 대비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요구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선보상 후 구상 체계 정교화 필요”…책임 주체도 재정비해야

황 실장은 “이 체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후 구상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자동차보험으로 피해자를 먼저 보상하고, 그 뒷단에서 실제 사고 책임자를 밝혀 구상을 청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 자동차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발생하고 운전자가 피보험자인 경우가 많아 구상 문제가 크지 않다. 반면 자율주행차 사고는 시스템 결함과 제작사 책임 등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어 보험사의 구상 절차를 뒷받침할 데이터 확보와 분석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법안의 새로운 책임 주체 개념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 실장은 법안에 담긴 자율주행자동차 운전자, 안전관리자, 자율주행사업자,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책임자 4개 주체의 개념이 기존 자배법상 운전자·운행자, 그리고 운수업 관련 법령·자동차관리법·제조물책임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운행책임자’라는 용어는 자율주행 운행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제조자 책임을 이 법에서 별도로 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황 실장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작, 운행, 책임을 다루는 전체 자동차 관련 법제가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보험산업도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피해자 보호에 차질이 없도록 상품 개발 및 보장 내용 점검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자율주행 특별법 마련 시기를 두고 주요국보다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그는 신기술에 대해 선제적이고 촘촘한 입법을 하는 것은 자칫 기술 발전이나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EU의 사례를 들었다. 

EU는 세계 최초로 AI 관련 포괄적 규제법인 AI Act를 제정했지만 AI 기술과 산업 경쟁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으며, 핵심 조항인 고위험 AI 관련 규제 시행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실장은 “지금 단계에서 법안을 마련한 것이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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