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실험’ 대신 ‘내부 안정’ 택했다…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흔들린 조직 수습 ‘과제’
이사회 “DX·B2B 성과 낸 검증된 리더”…복잡한 내부망 아우르는 전문성 높이 평가
대규모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위기에 처한 KT가 결국 ‘정통 KT맨’인 박윤영 전 KT 사장을 구원투수로 낙점했다. 외부의 실험보다는 내부의 안정을, 급격한 변화보다는 검증된 전문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이사회는 16일 오후 박윤영 전 KT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했으며, 이사회는 박윤영 후보를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박 후보는 2019년 구현모 전 대표 선임 당시와 2023년 김영섭 현 대표 선임 당시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차기 CEO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됐다.
박 후보의 선정 배경에는 올해 KT가 홍역을 치른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해킹 사태는 외부의 공격도 문제였지만, KT 내부의 허술한 보안 관제 시스템과 느슨해진 조직 기강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사회는 KT의 복잡한 내부 통신망 구조와 조직 문화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박 후보만이 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출신 CEO의 경우 조직을 파악하는 데만 수 개월이 걸릴 수 있어, 취임 즉시 업무 장악이 가능한 박 후보가 ‘준비된 소방수’로 낙점됐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1992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해 30년 넘게 현장을 지킨 인물이다. 그는 취임 직후 보안 시스템의 구멍을 메우고 내부 직원들을 다독여 조직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T 내부에서는 박 후보를 ‘덕장’ 스타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통 KT맨인 만큼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워 노조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정상화와 함께 박 후보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AI(인공지능) 사업의 수익화’다. 현재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AI·클라우드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AX(AI 전환)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킹 사태 여파로 인해 대규모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등 동력이 약화된 상태다.
박 후보는 과거 KT 기업부문장 시절, 통신 매출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B2B(기업간 거래) 사업 비중을 늘려 KT의 체질을 바꾼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그가 이 경험을 살려 MS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단순한 ‘선언’이 아닌 ‘돈 버는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 보안이 생명인 B2B 시장을 겨냥해 ‘보안이 강화된 소버린 AI’를 세일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통신망과 클라우드, AI 등을 묶어 기업 고객에게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은 박 후보자가 가장 잘하는 전공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사회는 박윤영 후보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DX·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질적 현안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박윤영 후보가 KT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한 B2C(소비자) 부문의 경쟁력을 회복해, 해킹 사태로 돌아선 일반 고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지도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박윤영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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