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 주총, 극심한 몸살…집중 투표제 도입·이사 수 상한 안건 가결

시간 입력 2025-01-23 18:56:50 시간 수정 2025-01-23 18:56:50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고려아연 임시 주총, 개회·중단 수차례 반복
상호주 의결권 제한 통한 영풍 지분 무력화
5시께 첫 의안 표결…집중 투표제 도입 의결
이사 수 최대 19명 제한 안건도 무난히 통과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 총회. <사진=박대한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를 임시 주주 총회(주총)이 극심한 몸살을 알았다. 주총 진행을 미루려는 고려아연과 이를 저지하려는 영풍·MBK가 입씨름을 하며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하루 전 상호주(상호 보유 주식)에 따른 의결권 제한을 통해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무효화한 것을 두고도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이날 주총의 핵심 안건이었던 집중 투표제 도입은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의결됐다. 고려아연 이사수 상한은 19명으로 설정됐고,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은 불발됐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이 지나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에 개회 예정이었던 임시 주총은 5시간 넘게 지연된 끝에 겨우 막을 올렸다.

임시 주총이 지체된 것을 두고, 영풍·MBK는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대기업이 참석하지 않아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의 우호 주주들이 주총에 불참할 경우, 집중 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 통과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의도적으로 주총을 파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중복 위임장 확인 및 시스템상의 오류라고 일축했다. 임시 주총 현장에 나오지 않은 주주 중 일부가 고려아연과 영풍·MBK 양측에 대해 중복 대리하도록 위임장에 사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확인하려는 영풍·MBK측 변호사가 현장을 방문하며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고려아연이 공지한 개의 예정 시간은 낮 12시, 오후 1시 등으로 점점 늦춰졌고, 결국 1시 53분에 개의했다. 그러나 참석 주주 수와 주식 수를 공표하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진행한 점을 영풍·MBK가 지적하면서 10분 만에 또다시 중단되기도 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 총회. <사진=고려아연>

결국 중복 위임장을 무효로 하기로 합의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개회했지만 주총 안건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정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및 일가족으로부터 영풍 주식 10.33%를 매수하면서, 영풍이 순환 출자 고리에 묶여서다.

앞서 하루 전 영풍정밀, 최 회장측은 영풍 주식 총 19만226주를 SMC에 넘겼다고 밝혔다. 해당 주식은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넘어갔다.

고려아연은 SMC가 영풍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33%를 확보하면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임시 주총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짚었다.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 출자 고리가 만들어졌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 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영풍·MBK는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영풍·MBK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순환 출자 구조의 허점을 이용해 공정거래법의 순환 출자 규제를 회피하면서 상호주 소유의 모양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영풍 대리인인 이성훈 변호사는 주총 발언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50년 간 아무런 문제 없이 발행주식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어제 저녁 6시 공시 이후 주주로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MBK 대리인은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성사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영풍·MBK를 저지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영풍·MBK는 고려아연 의결권 일부를 행사하지 못하지만 일단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영풍·MBK는 “부당한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 주총이 정당하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며 “추후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잘못됐을 때, 이번 안건 표결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께 제1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 1-1호 의안인 집중 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한 표결을 마치고, 수개표를 거쳐 5시 37분께 집계를 마쳤다. 

1-1호 의안은 출석한 의결권의 76.4%(689만6228주)가 찬성표를 던져 통과됐다. 반대표는 출석한 의결권의 22.9%(206만 7456주), 기권표는 0.6%(5만2748주)를 각각 기록했다. 오늘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901만6432주다. 

아울러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의결권 있는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및 의결권 있는 총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은 사실상 불발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