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노후화·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미국 지중 전력망 50% 교체 시기 넘어
K-전선·전력기기, 미국 시장 공략 가속

LS전선 직원이 초고압 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S전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이 불확실한 시장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전력 업계에서는 더욱 가속 페달을 밟아 나가고 있다. 노후화된 전력망에 더해 AI(인공지능) 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칠 트럼프 정부의 기조에 따라 국내 전선 및 전력기기 기업은 미국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 내 AI 산업 활성화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임자 바이든이 지난 2023년 서명한 AI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바이든의 행정명령은 AI 시스템 개발자가 국방생산법에 따라 안전시험 결과를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미국 정부와 시험결과를 공유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최소한으로 신뢰성,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들은 부처 권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마저도 AI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AI 산업 활성화 정책은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지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우리는 지금의 두 배, 그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비상 권한을 사용해 대형 공장과, AI 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은 AI 산업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뿐 아니라, 전력망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중 전력망의 50% 이상이 교체 시기인 40년을 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LA(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노후화된 송전탑에서 튄 불꽃으로 시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력망 교체 사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효성중공업>
국내 전선 및 전력기기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전선 및 전력기기 기업은 대부분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S전선의 자회사 가온전선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조6469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사상 최대 매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북미 지역 전력 케이블 수출 증가를 꼽았다. 가온전선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 전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의 지분 100%를 확보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공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LS전선은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버지니아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고 있다. LS전선은 미국 해저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에 6억8275만 달러를 투자해 오는 4월 착공할 예정이다.
전력기기 기업들도 미국 생산 거점을 마련하거나 기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늘어날 전력기기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022년 유타주의 MCM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인수해 생산능력을 갖춘 바 있다. 또 미국 수요에 발맞춰 부산사업장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를 추진한다. LS일렉트릭은 부산사업장 증설과 KOC전기 인수 등으로 기존 20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을 7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최대 8000억원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 멤피스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효성중공업은 증설을 결정했다. 효성의 미국 법인 효성HICO는 오는 2026년 12월 증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 공장에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시험 라인을 추가하고 시험·생산설비를 갖춘다. 증설이 완료되면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전선, 전력기기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재생에너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비우호적이지만, 미국 내 전력 노후화·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요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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