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K-배터리 위기돌파 해법은…“미 해외우려법인 지원축소, 출구전략 마련해야 ”

시간 입력 2025-01-17 21:57:46 시간 수정 2025-01-17 21: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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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에 맞춰 새 전략 제언
한국 기업 유리하도록 미 의원 설득
IRA 완전 폐지보다 일부 축소 수순
FEOC 기준 강화되면 사실상 보조금 ‘0’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이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현지 투자 등으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 우선주의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기존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개최하고,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련업계의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IRA 등 배터리 산업 지원책이 축소·폐지되면 사업을 추진하는데 부담이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등 각종 위협 요인이 존재하지만 미국 현지에 생산 체제를 구축 중인 우리 기업에 여러 기회 요인이 주어질 것이다”며 “핵심 경쟁력을 키워 나가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을 차분히 진행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현재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 투자 계획이 트럼프 2기의 가시적인 성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현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정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도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존속 필요성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다”며 “우리 기업이 한미 배터리 협력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하고 트럼프 정부와 협력할 카드는 많이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조세 전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IRA를 완전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이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IRA로 인해 공화당이 주도하는 지역구에서 친환경 에너지 투자만 1000억 달러 이상을 이끌어 냈고,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IRA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개 의회 지역구 중 8개 지역구가 공화당 소속의 지역구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IRA 완전 폐지보다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조세 전문 변호사는 “공화당에서도 IRA 전체적인 폐지는 반대를 지지하고 있다”며 “IRA 축소와 관련해서도 한국 기업이 유리할 수 있도록 미국 의원들과 컨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RA 축소하더라도 기업이 받게 되는 보조금은 유지하려고 하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인 IRA 30D 조항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용차 구매 세액공제인 45W에 대해서는 폐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K-배터리 3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IRA AMPC(45X)의 경우에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IRA 지출이 축소될 순 있다”며 “다만 45X 등 한국 기업에 유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미국 의원을 설득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박준모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또 해외우려법인(FEOC)을 활용한 보조금 및 세액공제 축소 우려도 제기됐다. FEOC 기준을 강화해 보조금 및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FEOC는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 북한이 2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 통제하는 외국 기업을 말한다. 미국은 FEOC가 생산, 처리 또는 추출한 중요한 광물 또는 배터리 구성 요소가 포함되면 보조금 및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했다.

구 변호사는 “상장회사가 FEOC 여부를 완벽히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이 제시한 정보가 합리적인 선이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확실하게 증명하라고 FEOC 규정을 강화하면 전기차 보조금이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올해부터 IRA에 적용된 FEOC는 칩스법(CHIPS Act)에 적용된 FEOC보다는 유연하게 해석되고 있다. 칩스법이 참조하는 국방수권법(NDAA)은 해외기관, 우려국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있어 FEOC에 대한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IRA가 참조하는 인프라투자법(IIJA)은 FEOC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고 소관부처에 FEOC 시행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IRA FEOC 기준을 칩스법에 적용된 FEOC 수준으로 높이게 되면 중국 등의 FEOC와 합작법인(JV)을 세운 기업은 사실상 보조금 및 세액공제에서 배제된다.

구 변호사는 “법 개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JV를 설립할 때, 계약을 파기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며 “FEOC가 강화되면 중국 지분을 가져오거나 한국 투자 지분을 팔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 변호사는 “FEOC 규정이 아니라도 중국 광물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업들의 자구 노력은 필수적이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우리 배터리 기업은 미국 현지투자와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양음극재 등 소부장에 관세예외를 미국 정부와 적극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OECD 글로벌 최저한세는 미국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에 트럼프 신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리쇼어링 투자유치)과 상충될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OECD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변경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우리 기업이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 IRA에 따른 국가 핵심기술 수출 및 라이선스’에 대해, 위춘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 IRA에 따른 M&A와 Joint Venture 설립 전략 및 유의점’에 대해 발표하여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술 안보 관련 내용도 다뤘다.

임형주 변호사는 “트럼프 2기는 기술유출방지 및 대중국 견제를 위해 기술안보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 심사·수출통제·동맹국과의 기술협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위춘재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가 FEOC 범위를 강화할 경우, 한중 합작 기업의 경우 리스크 요인이 증대될 수 있어, 지분 및 실효적 통제권 규제에 저촉되지 않도록 합작기업의 생산수량 결정 등 주요사항 권리를 한국기업이 보유하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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