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제철소 건설 검토 중…자동차용 강판 생산·납품 계획
현대차와 시너지‧트럼프 2기 후 보호무역주의 대응 전략
서강현 사장 “미국 투자 관련, 구체적인 시점‧지역 검토 중”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미국에 대형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극대화는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6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제철소 건설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5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미국 현지 투자 계획에 대해 “현재 실행 시점과 지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철소 건설 지역은 루이지애나·텍사스·조지아 등이 거론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부지 확정한 뒤 2029년 제철소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을 인근 조지아주 현대차·기아 공장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주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그리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 중이다. 메타플랜트의 생산량이 확대되면 향후 연간 미국 내 생산량은 120만대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를 건설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시너지 극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해 미국 현대차그룹 공장에 직접 공급하면 수직 계열화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냉연강판. <사진제공=현대제철>
특히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될 철강 수출 쿼터제와 철강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하려면 쿼터제의 영향으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한국의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톤)의 70%로 제한했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연간 268만톤까지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현지 생산이 가능하면 관세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출 수 있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이 미국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철강 업황이 장기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영업이익인 7983억원과 비교해 60% 이상 줄어든 규모다. 철근 수요 급감으로 회사는 이달 말까지 인천 소형공장, 인천 2철근 공장, 포항 철근공장 등의 가동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 미국 제철소 건설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