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참여 시점 조율 중…올해부터 본격적인 입찰 참여 예정
한발 앞선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인수로 현지 생산 거점도 구축
협력 요청한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양사 물밑 경쟁 치열할 듯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올해부터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뛰어든다. 미 해군의 MRO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사인 한화오션과 함께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현재 미 함정 MRO 사업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특수선 야드(건조장) 가동 상황과 MRO 발주 일정, 수익성 등을 고려해 사업 참여 시점을 조율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쌓인 일감으로 울산조선소의 도크가 가득 차 있어 지난해 미 함정 MRO 수주에 나서지 못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하며 미 함정 MRO 사업의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상태다.
경쟁사인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보다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미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가 발주한 MRO 2건을 모두 수주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의 MRO 사업에 이어 11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따냈다.
여기에 1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 거점도 구축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의 생산 역량과 시장 경험을 기반으로 북미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 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유콘함. <사진제공=한화오션>
업계에서는 올해 HD현대중공업의 시장 진출로 양사의 미 함정 MRO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지난해 577억6000만달러(약 78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현재 미국 국방부는 지역 유지보수 프레임워크(RSF) 정책에 따라 군수 정비 허브를 인도·태평양 지역 5개국에 구축한다는 계획 하에 한국을 방산 협력의 중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쇠퇴한 미국 조선업계를 대신해 국내 업체의 MRO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직후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발의한 점도 호재다. 이 법안에는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조선업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과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군함과 상선에 대한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 조선업의 입지 강화는 중장기 성장 동력”이라며 “올해는 주요 협약이 체결될 의미 있는 전환점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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