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철광석 가격 하락‧환율 불안정 등 겹쳐
철강업계, 가격 동결 주장에도 사실상 협상력 떨어져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 <사진제공=포스코>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결국 해를 넘겼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철강사들은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철광석 가격 하락,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협상은 단기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양측의 가격 협상은 매년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 진행된다. 이들은 지난해 상반기 협상도 7월 말에 가까스로 마쳤을 만큼 신경전이 치열했다.
현재 철강사들의 협상력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국내산 보다 톤당 10만~20만원 가량 저렴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115만7800톤으로 2023년 전체 수입량인 112만2774톤을 넘어섰다.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초 톤당 140달러까지 올랐던 철광석 가격도 지난달 27일 기준 101.38달러까지 떨어졌다. 철광석은 조선용 후판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해 후판 값 협상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관련 정치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급등하는 변수까지 겹쳤다. 원·달러 환율은 새해 들어 1500원에 육박했다. 철강사는 원자재를 수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환율 취약 업종으로 꼽힌다.
이에 조선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사의 경우,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 가량을 차지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후판 가격이 이미 2023년 하반기 90만원대 후반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 90만원대 초중반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낮춘 데다 지난해 수입산 저가 공세로 공장 문을 닫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올해 1분기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차가 장기간 엇갈리고 있는데다 가격 협상 과정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등 고려해야 할 대내외 변수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