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계엄령 후폭풍으로 기자간담회 잠정 연기
거버넌스 문제·NDA 위반 등 시장과 소통 막혀
다음달 23일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 분수령 전망
영풍·MBK, 고려아연 지분율 39.83%로 앞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계엄령 후폭풍 여파로 기자 간담회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지적한 영풍의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 문제를 비롯해 고려아연 내부 자료 의혹 등에 대해 시장과 소통할 기회가 무산된 것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 주주총회가 내년으로 정해진 가운데, 영풍·MBK는 표 대결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선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율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는 당일로 예정돼 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간담회에서는 김광일 부회장이 참석해 고려아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Q&A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새벽부터 간담회 개최 여부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차원의 해제 결정으로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영풍·MBK는 정치사회적인 혼란 등을 이유로 간담회 일정을 순연하기로 했다.
영풍·MBK 관계자는 “외부 상황을 고려해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영풍·MBK는 시장과 소통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현재 영풍·MBK는 최근 머스트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에 대한 제언을 받았고, 고려아연 내부 자료를 활용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영풍의 경우, 머스트자산운용으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영풍의 2%대의 지분을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고려아연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한 영풍이 정작 자사 주주가치는 소홀히 한다”면서 자사주 소각, 무상증자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MBK도 신규 투자 목적으로 제공 받았던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인수합병(M&A)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휘둘리고 있다. 비밀유지계약(NDA)이 종료된 지 석 달 만에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시장의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M&A를 준비하고 논의한 시간은 훨씬 이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우선 영풍측은 머스트자산운용의 지적에 정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의 여러 차례의 비공개 레터와 미팅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영풍은 이번주 중으로 사장급 인사가 참석한 대면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MBK 또한 반박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이 투자해달라고 찾은 곳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로 현재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MBK 파트너스의 ‘바이 아웃’과 각기 다른 법인이다”고 선을 그었다. MBK는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차단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MBK는 “내부 준법감시팀의 검토 및 승인 아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당시 BCG(컨설팅 회사)가 개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설명서라는 점과 해당 자료는 고려아연 홈페이지와 IR자료에 이미 공개된 자료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영풍·MBK는 머스트자산운용이 해외펀드와 연대해 행동주의 캠페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와 NDA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떠안은 채 내년에 임시 주총을 맞게 됐다.
고려아연은 2025년 1월 23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기로 했다. 임시 주총에서는 MBK 연합 측이 추천한 14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영풍·MBK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달성하면 이사회를 장악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걸린 이번 임시 주총의결권은 오는 20일 주주명부가 폐쇄된다.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되려면 2거래일 전인 18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주가는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모두 장내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160만원대를 돌파했다. 고려아연은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8.37% 오른 16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영풍·MBK의 우호 지분이 39.83%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호 지분 34.65%보다 약 5% 앞서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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