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한화오션, 나란히 고소 취하…“수출 확대 협력”
‘오너 3세’ 정기선 HD현대·김동관 한화 부회장, 직접 만나 조율
해외 군함 입찰서 ‘원팀’ 출격 전망…KDDX 사업은 의견 팽팽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제공=각 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 소송전을 벌여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극적 화해에 성공했다. 양사 모두 경찰 고소를 취하하고 조선업 발전과 K-방산의 경쟁력 강화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KDDX 사업에서는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전날 한화오션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 건에 대한 취하서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이는 한화오션이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냈던 고발장을 취소한 데 따른 화답으로 해석된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 역시 회사와 별개로 냈던 고소를 조만간 취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극적 화해가 성사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두 부회장은 직접 만나 해당 사안을 조율했다.
여기에 최근 호주 군함 입찰에서 일본과 독일에 밀리며 두 회사가 탈락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독일 업체는 각국 정부와 협력해 호주 군당국과 긴밀하게 접촉한 반면, 갈등을 벌이던 양사는 정부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해당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가 서로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의 골을 키우기 보다는 화합을 통해 해외 대규모 군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한편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한국 조선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 결정이 조선업계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 K-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KDDX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이에 따라 양사는 입찰을 진행 중인 폴란드(3조원 규모), 캐나다(70조원 규모) 잠수함 프로젝트에서 원팀으로 출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공동으로 입찰에 나서면 수주 경쟁력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에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KDDX 사업 건조업체 지정을 놓고 양사의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해당 사업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현재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가 남았는데, 이 사업자 선정을 두고 양사가 경쟁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의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맡은 자사가 수의계약 방식을 낙점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자사 군사기밀을 불법 유출해 유죄가 확정됐고 계약의 기본은 경쟁이 원칙인 점 등을 이유로 경쟁 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상대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인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위한 실사 단계를 진행 중이다. 당초 7월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으나 소송전 등을 거치며 4개월 이상 지체된 상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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