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마련한 잠정합의안 끝내 부결…노조 반대 59.67%
기본급 12만9000원 인상에도 노조 “인상 규모 지난해보다 낮아”
내달 대의원 선거로 교섭 불투명…이달 타결 못하면 해 넘길 듯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약 5개월 만에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끝내 부결됐기 때문이다. 교섭이 장기화 수순을 밟으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11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6648명 중 6130명(92.21%)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59.67%(3658명)가 반대해 부결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제 27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기본급 12만9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450만원(상품권 50만원 포함) 지급 △성과급 341%(추정치) 지급 △설·추석 귀향비 각 20만원 인상 등이 담겼다.
회사의 잠정합의안은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앞서 임단협을 타결한 삼성중공업은 기본급 12만1526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한화오션의 경우 기본급 11만7404원 인상, 상생격려금 370만원에 지급 등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회사 측은 “5개월째 이어지는 단체교섭을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아래 제시안을 조합원 눈높이에 맞게 보완했고, 노동조합도 조속한 마무리를 바라는 현장 여론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원 일부는 투표 전부터 부결 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보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급이 지난해 인상분(12만7000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당장 다음달 대의원 선거로 2차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교섭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노조는 이미 올해 8월 28일 중앙쟁대위 출범 이후 24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고, 지난달에는 현장에서 노사 간 물리적 출동이 벌어져 1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에도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면서 “회사 측 역시 임금 관련 추가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2차 잠정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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