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석유 시설 겨냥 보복 공격 가능성↑
국제유가 하루 사이 5% 급등…“전면전 확산시 200달러까지 돌파”
정유업계, 시장 흐름 예의주시…수요 위축으로 3분기 실적 부진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후 중동 지역내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한다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유가 상승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도 중동 현지 정세와 공급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 등을 긴급 점검하며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5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15%(3.61달러)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이번주에만 8%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글로벌 벤치만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 역시 전 거래일 대비 5.03%(3.72달러) 상승한 배럴당 7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하루 사이 5% 이상 급등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영향이 컸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 부장 정파 헤즈볼라 수상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 이에 맞서, 지난 1일 이란이 아스라엘에 약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히자, 국제 유가가 요동쳤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중동 지역 전면전으로 흐를 경우, 유가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치솟을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은 하루 약 3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 수준이다. 더불어 양국간 분쟁이 본격화돼 세계 원유 수송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공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석유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언급하며 국제유가가 폭등했다”며 “이 경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이스라엘을 공격, 전면전 양상으로 가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냐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면 유가에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추가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한다. 정유사의 원유 매입과 석유제품 출고 사이에는 30~4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유가가 오르면 기존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고유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낮아지고, 오히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가·수송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 상태에서 전쟁 리스크로 유가가 오를 경우 정유 업계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3분기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 제품 수요 둔화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74.91% 하락한 2155억원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정제마진 반등 예상했으나, 저조한 수요로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유의미한 반등에 실패했다”며 “오히려 2분기 공식판매가격(OSP)은 상승한 가운데 유가는 하락해 역래깅 효과 및 재고평가손실이 크게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 등을 긴급 점검하며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기관과 대한석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수급이나 수출, 공급망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근 홍해를 통과하는 국내 석유·가스 도입 선박은 대부분 우회 항로를 확보해 정상 운항 중이며, 물품의 선적 인도도 차질 없이 진행해 수출에도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중동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며 신속 대응 체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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