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간 동업 ‘파국’, 고려아연 누구 차지 되나…“최회장이 기업 훼손” vs “악의적 주장, 법적조치”

시간 입력 2024-09-19 17:32:22 시간 수정 2024-09-19 17: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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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 기자간담회 개최
“최회장 체제, 재무·거버넌스 악화” 주장
고려아연 중국 매각보다 국내 기업에 기회 제공 시사
고려아연측 “악의적·일방적 주장…법적조치” 반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대의 적은 지분을 가지고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최 회장 취임 이후 부채가 늘고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비철금속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취지와 향후 경영구상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최 회장과 경영권 대결을 벌이고 있다.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거버넌스 재건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난 75년간 두 가문간 공동 경영체제의 막을 내리고, 고려아연을 새로운 기업지배구조로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배구조 재편 이후 오너 일가는 주요 주주로 남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명확히 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두 가문은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고 협력해 왔지만 3세대 공동경영에 이르며 지분이 20여명에게 잘게 쪼개진 상태에서 장 회장이 결단을 내려 MBK파트너스에 먼저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MBK파트너스는 최대주주 지위에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거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전문 경영인 체제를 기반으로 고려아연을 비철금속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핵심 인력들의 변화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축적된 산업 노하우를 갖춘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2%대 지분을 가진 사람이 지배력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취임한 2022년부터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19년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나 급증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부채 규모가 연 300억원에서 500억원 대임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김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나 최 회장 취임 이후 장기 투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며 “의사 결정이 합리적인지, 미래를 담보한 투자인지,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한 투자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고려아연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꼽았다. 이와 관련, MBK파트너스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여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인 이그니오 고가매수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미래 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인수한 가격이 과연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서 나왔는지 의심스럽다”며 “이외의 투자 관련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회계장부 및 서류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그러나 고려아연측은 이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이같은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우선,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사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 및 내규에 의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는 입장이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 투자 관련 시세조종 의혹 부분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사모펀드에 LP로서 투자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그니오홀딩스의 경우, 인수할 당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가치 보고서를 토대로 적정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적정가치를 산정한 뒤 매도인과 협상 및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거쳐 거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악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반발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가했다. <사진=박대한 기자>

한편,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당사자인 MBK파트너스측은 ‘팔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고려아연이 과거 정부의 중화학 육성 정책에 따라 성장해온 만큼, 자국 기술력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전략적 제휴가 많은 것은 국내 최대 기간 산업이라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면서 “고려아연은 국내 대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울산시와 노조 등의 반발과 관련해서도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김 부회장은 “울산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아연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다고 하니까 걱정할 만하다”며 “오해를 직접 만나 설명하고 해소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대와 관련해서도 “지금 협의할 창구가 존재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용에는 어떠한 변화가 없고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오는 10월 4일((결제일 10월 10일)까지 공개매수 기간을 설정했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고려아연 주식회사 기명식 보통주식이며 발행주식총수 2070만 3283주 중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총수의 약 7%)에서 최대 302만 4881주(발행주식총수의 약 14.6%)까지이다. 최소 매수예정수량 미만일 경우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고, 최대 매수예정수량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대 매수예정수량 만큼만 안분 비례해 매수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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