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서야 상반기 협상 마무리…하반기도 장기화 조짐
악화일로 걷는 철강사, 실적 부진 탓에 가격 인상 주장
반면 조선사는 中 저가 공세에 맞서 가격 인하 요구 중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업황 부진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된 철강사들은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조선사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가격을 낮춰야한다는 입장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양측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번씩 협상을 진행한다. 통상 상반기 가격 협상은 5월쯤 끝나지만 올해는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7월에서야 마무리됐다.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초반대로, 90만원 중반대인 지난해 하반기 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협상도 장기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철강사와 조선사들이 협상 초반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산 저가 공세와 건설경기 악화 등 연이은 악재들로 실적이 직격탄을 맞은 만큼 가격 인상을 피력하고 있다. 후판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공급자인 철강사는 매출과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시황 둔화 및 저가 수입재 유입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인하되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가격 인상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실제 후판 원재료인 올 초 톤당 140달러였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최근 1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아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건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철광석 시세 하락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가 부진하자 철강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든 탓이다.
여기에 중국 조선사들이 사용하는 현지 후판 가격은 톤당 7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에 협상된 국내 후판 가격보다 약 20만원가량 저렴하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사들은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개선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는 추세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덤핑이 일어나고 있어 중국산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은 하반기에도 양측의 입장차가 있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현재 가격 수준에서 결정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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