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공개, ‘K-배터리’ 위상 높인다…현대차·기아는 LG·SK, BMW는 삼성

시간 입력 2024-08-13 18:13:57 시간 수정 2024-08-13 18: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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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코리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제조사 전격 공개
화재 차량엔 파라시스 제품 장착…LFP 아닌 CNM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 우려에 K-배터리 ‘반사이익’
현대차·기아·BMW 등 대체로 한국산 배터리 탑재
‘첨단 기술 중무장’ K-배터리, 글로벌 위상 제고

인천 청라, 충남 금산 등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정부 차원의 배터리 모델 공개 논의가 본격화 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 배터리가 반사 효과를 볼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인천 전기차 화재의 중심에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산 저가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국산 배터리 제품을 탑재한 현대자동차, 기아,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며 여론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K-배터리를 선택한 것을 두고 중국산 배터리 보다 안전성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기차 화재 사태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전격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전기차 차종은 모두 8개 모델이다. 먼저 화재로 홍역을 앓았던 전기 세단 EQE의 경우 300 트림에는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EQE 350+, AMG 53 4MATIC+, 350 4MATIC 등 나머지 트림에는 불이 난 차량에 탑재된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또한 전기 SUV인 EQE SUV 500 4MATIC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350 4MATIC에는 CATL 배터리가 들어갔다.

최상위 전기 세단 모델인 EQS 350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채택됐다. EQS의 나머지 트림에는 CATL 배터리가 들어갔다. 프리미엄 모델인 EQS SUV와 마이바흐 EQS SUV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차종과 달리 상대적으로 보급형 모델에는 한국산 배터리 제품이 사용됐다. 전기 세단인 EQA에는 CATL과 SK온 배터리가, EQB에는 SK온 배터리가, EQC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각각 탑재됐다.

이번에 불이 난 차량을 비롯해 대다수의 벤츠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선 ‘벤츠가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전기차 업체의 배터리 모델이 공개되면서, 중국산 배터리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우려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철과 인산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는 안정적인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안전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 장착된 파라시스 제품은 LFP 배터리가 아닌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NCM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도 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같은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K-배터리 3사는 그간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한 첨단 기술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왔다.

먼저 LG엔솔은 설계 최적화를 통해 열 제어 기술을 향상시킨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니켈 함량을 50~60% 수준으로 낮추고 망간 함량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의 경우,  발열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열 안전성이 30% 이상 높다.

첨단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원통형 46 시리즈에는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이 적용됐다.

소재 측면에서도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발화되더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소재로 팩을 생산하고 있다. 또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상황을 차단한다.

삼성SDI ‘PRiMX’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배터리 폼팩터 중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각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넓은 밑면으로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구조상 발열 전파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내부 가스를 내보내는 벤트(배출구)와 특정 전류가 흐를 때 회로를 차단하는 퓨즈 등 각종 안전장치가 있는 점도 특징이다.

또 셀부터 팩까지 단계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 전파 방지 협의체’를 사내에 구성해 제품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SK온도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을 통해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췄다. 분리막 사용량이 일반 공정 대비 많으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어 첨단 기술을 과감히 도입했다는 게 SK온의 설명이다.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양극활 물질의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고 배터리 장기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원소 배합을 조정하는 복합 도핑 기술도 상용화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로 인해 배터리 제조사와 그 제품에 대한 의심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 측면에서 중국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K-배터리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배터리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산 배터리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질 경우 결국 K-배터리 3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K-배터리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보고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우리 제품을 고를 것으로 평가된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배터리의 위상은 이미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K-배터리 제품을 다수 채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국산 배터리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10일 가장 먼저 전기차 13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현대차 10종 가운데 코나에만 CATL 배터리가 장착됐고, 나머지 차종에는 LG엔솔·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제네시스 전기차 3종에는 SK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한 기아도 전기차 12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레이 EV와 니로 EV 등 일부 보급형 모델에 CATL 배터리가 장착됐고, 나머지 10종에는 SK온과 LG엔솔의 배터리가 사용됐다.

BMW코리아는 BMW iX1·iX3에 CATL의 배터리를 채택했고, 나머지 8종에는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볼보의 전동화 모델인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에도 각각 LG엔솔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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