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정유4사 영업익 3963억원…전분기 대비 79%↓
정제마진 하락, 수요 부진으로 석유 부문 수익성 악화
3분기 계절적 수요 증가 등으로 실적 회복 전망…중동 리스크는 변수
지난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낸 국내 정유업계가 2분기 전 분기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석유 제품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 사업인 석유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업계는 올 하반기 계절적 수요 회복과 정제마진 반등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이란, 이스라엘 사태 등 불안감이 고조된 중동 정세가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의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396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하락으로 정유 업황이 위축됐던 지난해 2분기(-535억원)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석유 부문에서 각각 -4112억원, -2921억원, -2348억원, -9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직전 분기인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총 1조8006억원이다. 3개월 만에 영업이익이 78% 가량 급감한 셈이다.
이들 기업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는 본업인 석유 부문의 영향이 컸다. 2분기 들어 정제마진 약세와 석유 수요 둔화 등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5달러로 지난 1분기(7.3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업계에서는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 사업에서 전 분기 대비 4496억원 감소한 1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석유 사업에서 각각 영업손실 950억원, 286억원, 264억원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1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석유 제품 시장의 경우 중국 경기 회복 기대에 따라 증량 가동했던 1분기 생산 물량이 중국 경기가 예상 대비 회복 지연됨에 따라 수출 물량으로 전환됐고, 이로 인해 영내 제품 재고가 증가하며 약세를 실현했다”며 “오만,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등 중동, 아프키라 지역의 신증설 설비들이 본격 가동되는 등 공급 확대 영향도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3분기 여름철 이동 및 냉방 수요에 힘입어 정제마진이 반등하는 한편, OPEC플러스(+)의 감산 지속 등으로 석유사업 시황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달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업계에서는 4월 급등했던 국제유가로 인해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일시적인 수요 위축 혹은 수요 이연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미국 휘발유 수요는 6월로 접어들며 완연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계절적 수요 상승 추이에 힘입어 3분기 정제마진 반등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정유업계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피살됐다. 이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5차 중동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26% 상승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있었던 이후 지난해 10월 가장 큰 변동폭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 불안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까지 국내 공급과 수급에 대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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