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공급망 중국 일변도 여전…“유럽 배터리 규제 초읽기

시간 입력 2024-06-04 16:31:43 시간 수정 2024-06-04 16: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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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지방정부로 보조금 받은 중국 기업에 규제 철퇴
K-배터리, 탈중국 공급망으로 경쟁력 확보할 기회
배터리 규정·공급망 실사 지침 등 단계적으로 추진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이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진행된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K-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규제 도입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K-배터리 업계의 전략 지역 중 하나인 유럽에서는 폐기가 될 뻔한 ‘EU 공급망 실사 지침’이 지난 4월 유럽의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공급망 실사 지침 뿐만 아니라 EU 배터리 규정,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강도높은 규제가 추진됨에 따라, K-배터리 업계도 적극적으로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4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법무법인 광장이 공동 주최한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 △박정현 광장 통상팀 변호사 △김상민 광장 ESG그룹 변호사의 발표가 이어졌다.

개회사를 맡은 박 부회장은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ESG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는 EU 배터리 규범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 진출한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지난 2019년 1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2%로 늘었다. 이는 5년 만에 30%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내수 시장의 포화로 해외 시장에 눈 돌리기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시장 뿐만 아니라 배터리 밸류체인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리튬, 흑연, 희토류 등의 핵심 광물 조달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천연흑연, 산화 및 수산화리튬, 산화 및 수산화니켈 등 5개 항목은 전세계 수출의 5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이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진행된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중국의 독주는 무제한적인 보조금이 뒷받침하고 있다. 세미나의 첫 발표를 맡은 박 원장은 “중국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지속적인 압박이 이어질 것이다”며 “서방 국가들은 근본적으로 중국 지방정부의 무차별적인 보조금을 억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배터리 산업 등에서 ‘스몰 야드 하이 펜스(제한된 분야에서 강도 높은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U에는 배터리 규정, 핵심원자재법(CRMA), 공급망 실사 지침 등의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EU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오는 8월 모든 배터리에 대해 CE 마크의 부착을 의무화하고 각 모델에 대한 적합성 평가절차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납 0.01% 이상 포함을 금지를 시작으로 위험 물질 제한을 단계적으로 늘려 나간다.

이외에도 EU배터리 규정은 △전기차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신고 △분리수거 표시 △배터리 실사정책 △폐배터리 수거 의무 적용 등의 포괄적인 규제를 담고 있다.

EU 핵심원자재법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EU 전략원자재의 채굴 역량을 EU 연간 소비량의 10%, 역내 가공 역량은 최소 40%, 재활용 역량은 최소 25% 이상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모든 가공 단계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개별 전략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EU 연간 소비량의 65%를 넘지 않도록 수입처를 다변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EU의 정책이나 규범 설계를 보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하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추진될 규정들에 대해서 사전 점검하고 대비를 하는 것이 유럽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왼쪽)박정현 광장 통상팀 변호사와 김상민 광장 ESG그룹 변호사가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진행된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이와 함께 EU 공급망 실사 지침이 지난 4월 가결되면서 EU 회원국은 2년 내로 EU 지침을 기반으로 한 국내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유럽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국내법을 제정할 때 기조로 활용할 EU 공급망 실사 지침에 따르면 업종 구분없이 순매출액이 일정금액을 넘으면 공급망 실사 대상에 포함된다.

김 변호사는 “공급망 실사 지침은 유럽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추후 입법된 이행 법률의 내용을 확인해야 정확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며 “다만 EU 공급망 실사 지침이 각국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할 공급망 실사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의 Q&A 세션에서 김 변호사는 “EU 법령들은 서로 연계돼 적용될 수도 있고 일부 중복되는 사안에 대해서 유럽 국가별로 사안이 다를 수 있기에 사업을 추진할 국가의 국내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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