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첫 쟁의날 행사장소 두고 ‘충돌’…“노조 리스크 vs 노조 방해” 갈등

시간 입력 2024-04-17 17:28:08 시간 수정 2024-04-17 17: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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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DSR서 첫 집회…2000명 운집
사측 “안전상 이유로 로비 봉쇄”-노조 “노조 단체 행동 방해”
내달 두 번째 집회…삼성, 반도체 경쟁 격화 속 위기 직면

삼성전자에 닥친 ‘노조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쟁의 행위 돌입을 공식화한 노동조합(노조)이 17일 첫 단체 행동에 나섰다. 다만 노조가 ‘1호 단체 행동’으로 파업이 아닌 평화적 시위를 택하면서 노사 간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집회 개최 장소를 놓고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삼성의 조치에 반발한 노조는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파업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반도체 한파에서 벗어나며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전자가 자칫 노조 리스크로 인해 AI(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DSR(부품연구동) 건물 앞에서 ‘모이자 일천명’ 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당초 전삼노는 1000여 명 규모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운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은 이번 행사 참석 인원이 2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노조 굿즈를 1500개 준비했는데 모두 소진됐다”며 “이를 감안할 때 약 2000명이 모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노조가 첫 단체 행동에 돌입한 것은 임금 협상 교섭 결렬에 따른 것이다. 그간 삼성전자 노사는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입장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이후 이어진 세 차례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에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중노위는 지난달 14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쟁위 찬반투표를 거쳐 조합원 2만853명 중 2만330명(97.5%)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압도적인 비율로 파업이 가결됐다.

당시 전삼노 관계자는 “쟁의 찬반 투표에 참여한 2만여 명 중 97.5%의 조합원으로부터 압도적인 찬성을 받았다”며 “합법적인 쟁의권 확보를 위한 요건에서도 전체 조합원 2만7458명 중 74.0%의 찬성표를 획득해 올해 임금 협상 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권을 따냈다”고 말했다.

1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DSR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모이자 일천명’ 문화 행사.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날 열린 첫 집회부터 잡음이 일었다. 사측이 당초 개최 예정이었던 DSR 로비를 봉쇄하면서 로비로 진입하려던 노조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건물 로비는 회사의 시설물이기 때문에 회사의 사전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없다”며 “노조에 집회 불허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외 개활지 공간을 제안했는데 노조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행사가 실내에서 진행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DSR 로비에서의 집회 개최를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사측이 설치한 공지문에는 “노조가 예고한 행사가 실내에서 진행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돼 H1 정문 앞 야외공간(버스 승강장)을 대체 장소로 준비했다”며 “금일 DSR 행사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제한되니 구성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쓰여 있었다.

이에 대해, 전삼노는 사측이 일부러 쟁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로비에서 과거 수많은 행사를 진행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 노조가 문화 행사를 한다고 하니 사측이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고 반발했다.

결국 노조는 DSR 앞에서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집회 장소가 로비인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야외 집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단체 행동을 마무리한 전삼노는 다음달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두 번째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이날과 같이 두 번째 집회도 문화 행사로 치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파업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전삼노 관계자는 “노조는 앞으로도 평화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사측에 요구할 것이다”면서도 “그럼에도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파업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압박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첫 파업 위기로, 이제 막 되살아나기 시작한 삼성 반도체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에서 벗어나 점차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AI 열풍으로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면서 올 1분기 DS 부문의 실적이 흑자전환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1조8730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더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이 급증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차세대 HBM ‘HBM3E’ 12H 실물 제품을 공개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의 신호탄을 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의 노사 관계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 회장의 뉴 삼성 비전 구체화도 힘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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