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 삼성전자 vs TSMC 실적 ‘역전’…“AI 칩 특수, 삼성 재역전 노린다”

시간 입력 2024-04-17 07:00:00 시간 수정 2024-04-16 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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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 영업익 6조5670억원…2013년 대비 82.1%↓
TSMC, 10년 새 무려 400.1% 증가한 38조6278억 기록
메모리 부진에 삼성 타격 커…‘파운드리 주력’ TSMC는 비교적 선방
HBM 수요 확대·미 보조금 등 호재…삼성 실적 반등 기대

한국과 대만 양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TSMC가 지난 10년 간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메모리 칩 업황 악화로 큰 부침을 겪은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절대강자인 TSMC는 꾸준히 우상향 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쓴 반도체 한파로 극심한 부진에 직면한 삼성전자는 2022년에 처음으로 TSMC에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의 상황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두 사업자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미국이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기업에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보조금 지원 규모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이들 두 사업자간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도 더 본격화할 전망이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김경준)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한국과 대만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시총)과 실적 추이 등을 조사한 결과,  양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TSMC의 지난해 시총은 각각 468조6279억원과 645조5566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과 TSMC가 양국의 100대 기업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9.9%와 39.1%에 달했다. 

2013년 96조1509억원이었던 TSMC의 시총은 지난해 549조4057억원으로, 무려 571.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은 202조947억원에서 266조5332억원으로, 13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 대만 TSMC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양사간 실적 변화 추이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258조 9355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3년 228조6927억원 대비 13.2%(30조2428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TSMC는 22조183억원에서 90조6200억원으로, 311.6%(68조6017억원)나 확대됐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영업이익 측면에선 삼성이 TSMC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된 반도체 시장 침체가 직격탄이 됐다.

2013년 36조785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익은 지난해 6조5670억원으로, 무려 82.1%(30조2180억원) 급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TSMC는 7조7238억원에서 38조6278억원으로, 400.1%(30조9040억원)나 증가했다.

결국 삼성은 지난 2022년 TSMC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2021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익은 51조6339억원으로, TSMC(26조6492억원)보다 두배 가량 앞섰다. 그러나 2022년 삼성은 1년 만에 8조원 넘게 줄어든 43조3766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그 사이 TSMC는 48조5962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을 5조원 넘게 앞질렀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양사간 영업익 격차가 무려 32조원 넘게 벌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6조5670억원으로 크게 쪼그라 드는 동안 TSMC는 38조6278억원을 벌어 들이며 반도체 한파를 비껴갔다.

상대적으로 삼성의 실적이 더 급격하게 감소한 배경으로 메모리 업황 부진이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IT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고객사의 주문이 뚝 끊겼다.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자 D램 등 메모리 판매 가격 또한 빠르게 하락했다. 이같은 이중고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메로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는 14조8800억원에 달했다.

메모리 칩 업황 악화로 최악의 시기를 보낸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TSMC가 반도체 한파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기본적으로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문받은 만큼 반도체를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기 때문에 재고가 쌓일 우려가 없고, 판매 가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거의 없다. 특히 TSMC가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수익성 제고에 유리한 배경으로 꼽힌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삼성전자가 TSMC에 추월당하긴 했지만, 머지않아 삼성이 다시 역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AI 열풍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실적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면서 그간 적자를 기록했던 DS 부문의 흑자전환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사업적으로 보면 DS 부문은 올 1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자리에서 정확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이 차세대 HBM인 ‘HBM3E’를 조만간 양산할 것이라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원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HBM3E 양산 준비가 올 2분기 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 12H 인증을 엔비디아로부터 획득한다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져 향후 실적 개선을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달 15일 미국 정부는 미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하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8480억원)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의 미 텍사스주 첨단 반도체공장 투자를 위해 반도체 지원법에 의거,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삼성은 2021년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3조511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금이 64억달러 규모로 확정되면서 삼성은 인텔, TSMC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보조금을 수령하게 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 발표를 계기로 삼성은 대미 투자를 더 확대하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 달러(약 62조235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텍사스주 테일러공장은 2026년부터 4나노는 물론 선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장은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R&D 팹 역시 2027년 문을 열 예정이다. 삼성은 해당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AI 시대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첨단 공정 기술을 확보해 나간다면 TSMC의 실적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와 내년 AI 반도체 주문 증가와 선단 공정 기술 경쟁력 부각 등으로 점유율 회복이 시작될 전망이다”며 “특히 삼성 파운드리는 내년 양산 예정인 2nm 공정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 사장은 “‘미래 반세기를 여는 성장의 원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2~3년 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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