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우리종금…금투업계, 비싼 임대료에도 ‘여의도’ 선호 이유는

시간 입력 2024-04-16 07:00:00 시간 수정 2024-04-15 17: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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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거래소 등 주요 유관기관 및 타 금융사와 물리적으로 가까워
지점 줄여도 임차료 지출 늘어…IB·WM 등 중요성 부각되며 입지 투자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증권사들의 오프라인 터전 경쟁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금투사의 수익다각화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여의도가 갖고 있는 지리적 이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에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비용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을 대폭 줄이고 있음에도 비용 절감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유안타증권은 여의도 앵커원(anchor1)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2004년부터 이용한 을지로 사옥을 떠나고 20년만의 여의도 귀환이다.

우리금융 계열 우리종금도 최근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르면 이달 중 여의도 TP타워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현재 모그룹인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인수하고 증권업 라이선스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열사인 우리종금과 새로운 증권 계열사를 물리적으로 가까이 둬 추후 합병 등의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상상인증권도 지난해 9월 강남 테헤란로에서 여의도 파크원(Parc 1)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파크원빌딩에는 NH투자증권 등 유수의 금융사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한때 ‘탈(脫) 여의도’를 선언했던 증권사들이 속속 여의도로 돌아오는 이유는 각종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어 영업활동에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비대면 금융투자가 각광받으면서 오프라인 영업에 힘을 뺐던 증권사들은 최근 업황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고른 수익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해 여의도를 찾고 있다.

지난 9일 유안타증권은 여의도 앵커원(anchor1)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여의도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유관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금융투자사들이 터를 잡고 있다. 증권사의 네트워킹 측면에서는 타 지역으로 대체가 어려운 지역이다.

여의도 내부에서도 더 좋은 공간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이르면 올 7월 이내 TP타워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전이 완료되면 우리종금과 ‘이웃사촌’이 된다. TP타워는 옛 사학연금 빌딩을 재건축한 건물로 여의도역 역세권 랜드마크로서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들의 ‘터전 경쟁’에 다시금 불이 붙으면서, 오프라인 지점 축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비용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내 증권사의 임차료 지출액은 총 1359억원으로 전년 1237억원보다 9.9%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료 지출 상위 10개 증권사(미래에셋‧KB‧신한‧메리츠‧유안타‧SK‧현대차‧하이투자‧삼성‧IBK투자증권)의 임차료는 모두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임차료를 지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225억원을 기록했으며, 뒤이어 KB증권(200억원), 신한투자증권(187억원) 등이 100억원을 넘겼다. 이 중 전년(134억원) 대비 39.6% 늘어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동일한 사옥에서 ‘셋방살이’를 하면서 TP타워로의 이전을 준비 중이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총 오프라인 지점(국내) 개수는 755개로 전년 812개보다 57개 감소했다. 지점 수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모되는 부동산 관련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금투사의 본사 사옥 외 지점들도 ‘큰손’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땅값 비싼 곳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적인 오프라인 지점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지만 일부 ‘부촌(富村)’은 여전히 증권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대장주’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내 상가 ‘원베일리 스퀘어’에는 5개 주요 증권사가 모두 지점을 열었거나 개점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비대면 투자가 확산되고 있고 오프라인 영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맞지만, 기존 네트워크의 중요도를 배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IB와 자산관리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프라인 영업망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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